1. 대학 총장으로서 총장님의 교육철학을 먼저 여쭙고 싶습니다.
특별한 교육철학은 아니지만, 예전부터 ‘교육이란 학생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불씨를 잘 키울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불씨가 잘 살아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위험에 처했을 때 꺼지지 않도록 지켜 주고, 그 불씨가 자라서 주위를 환하게 비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 설립자이신 서석조 박사님은 “질병은 하늘이 고치고 의사는 그 과정을 도울 뿐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의사의 겸손한 자세를 강조하기 위해 하신 말씀이지만, 교육에 비추어 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뜻을 담아 20여 년 전에 우리 대학은 ‘학생 가치 창출’이라는 교육 목표를 세웠습니다. 학생의 가치를 발견하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 자신의 역량을 사회에서 충분히 발휘하도록 하는 교육의 사명은 지금 우리 대학의 미션과 비전의 틀이 되었습니다.
2. 총장님께서도 살아오시면서 많은 분들께 영감을 받으셨을 것 같은데요. 그중에서도 총장님의 ‘인생 멘토’를 꼽으신다면 어떤 분을 들 수 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저는 의사였던 선친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갑자기 다리가 아파서 쓰러진 적이 있었어요. 그날 이후 걷지 못할 만큼 퉁퉁 부어서 1년 간 학교를 못 다닐 정도였습니다. 약 부작용도 있었고 잘 낫지 않아 당시 여러 소아과를 전전했었는데, 어린 제가 느끼기에 의사 선생님들이 제 다리를 몇 번 만져보기만 하고 진단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저를 병원에 데리고 다니셨던 아버지께서 제게 증상을 자세히 물어보시고 아주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셨습니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은 ‘환자의 말을 신중하게 들어주는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는 살아가는 방식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늘 직접 모범을 보이셨는데, 그건 ‘신뢰’였습니다. 남에게 신뢰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을 믿어주려고 노력하는 것도 실은 매우 중요하고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항상 남을 믿어 주는 사람이었고,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가장 많이 닮고 싶었습니다.
3. 현재 8대 총장을 재임하고 계십니다. 재임 동안 이루셨던 주요 성과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동안의 성과는 저의 업적이라기보다 우리 대학의 구성원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우리 대학의 교수, 직원, 학생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먼저 우리 대학의 교육 여건이 굉장히 좋아졌습니다. 교육 여건 중 가장 중요한 지표는 <전임교원 확보율>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올해 5월에 공시된 우리 대학의 <전임교원 확보율>은 의과대학을 제외하고 80.16%로 국내 1만 명 이상 사립대학 중 1위입니다.
그리고 학생이 납부한 납입금이 학생 교육을 위해 투자되는 비율인 <교육비 환원율>이 올해 255%로 증가했습니다. 이는 등록금의 2.5배를 학생 교육비로 투입했다는 뜻이고 1만 명 이상 사립대학 중 네 번째로 높은 수치인데, 학생 교육을 위해 외부에서 지원금을 받아와주신 교수님들의 노력 덕분입니다.
<전임교원 확보율>과 <교육비 환원율>이 높다는 점은 교육 여건에 많은 투자를 하는 ‘신뢰할 만한 대학교’로 평가 받을 수 있게 합니다. 이 외에도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해 교내에 구축해놓은 <Industry Inside(Healthcare/Factory/Media Inside)>와 각 단과대학에 위치한 상상력 공간 등 우리 학생들의 상상력을 북돋우고 창의적 활동을 장려하는 시설들이 많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안주하지 않고 대학의 위상을 높이려면 우리에게 미흡한 부분을 극복해 나가야 합니다. 가령, 학생들의 중도 이탈율을 극복하기 위해 학생 개개인의 맞춤형 지도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만족하는 대학’이 되기 위해 우리 모두가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4. 순천향대 신문사가 4월로 종이신문을 마감하고, 학기 중 월 2회 인터넷 신문을 발행하는 것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우리 대학신문의 발행인이신 총장님께서는 대학언론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대학언론은 언론의 가치와 대학의 고유한 가치를 모두 수행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많은 것들이 유동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대학의 가치가 아카데미즘에 있다고 했지만 최근에는 취·창업, 지역발전, 소셜 임팩트 등 다양한 역할이 대학에 요청되면서 대학이 추구하는 가치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편, 팩트를 전달하고 비판적 접근이나 새로운 아젠다를 창출하는 언론의 가치는 지속되어야 하지만 미디어 환경은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대학언론은 많은 학생들을 대학이란 커뮤니티에 참여하도록 이끌어 다양한 이슈나 문제들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 즉 ‘참여, 개방, 공유, 소통의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의 역할에 충실하되 방법론에서 변신을 시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학보사가 종이신문에서 인터넷 신문으로 전환해 변화를 모색한 것은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대학이라는 공동체에 소통의 장을 열어갈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해 주시기 바랍니다.
5. 우리 대학은 학교와 기업이 협력하는 산학협력 교육 및 취·창업과 연관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학생들의 진로를 위해 대학은 장기적으로 어떤 목표를 지향하고 있나요?
우리 대학은 크게 네 가지에 중점을 두고 학생들의 진로를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먼저, 개인 맞춤형 교육을 들 수 있는데요. 학생 개개인의 전공과 진로에 맞춘 일자리를 찾아주거나 창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둘째, 본인의 위치를 파악하고 원하는 것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현재 고학년 중심으로 만들어진 진로프로그램을 저학년부터 구성할 예정입니다. 셋째, 요즘 취업 트렌드로 ‘좋은 인성’이 주목받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인성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방법을 연구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운영 중인 인턴십이나 IPP(기업연계형 장기현장실습)를 더 늘려 현장에 곧바로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 대학은 동아일보의 ‘청년드림대학평가’에서 3년 연속 최우수대학으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청년드림대학평가’는 기존의 연구 중심 평가와 달리, 교육과 산학협력 및 취·창업 지원 등을 척도로 삼는 평가입니다. 혁신적이고 변화하는 대학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보려고 합니다.
6.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을 맞아 우리 대학은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 4차 산업혁명을 향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는 불안을 양산하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육체적 직업뿐 아니라 직관적인 직업마저 약 50년 이내에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새롭게 부상하는 직업은 전문성을 요하는 직종이 될 거라고들 합니다. 10년마다 직업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는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학생들에 대한 걱정을 지울 수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미래사회는 ‘배우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는 능력은 결국 ‘스스로 배울 수 있는 능력’을 뜻합니다. 우리 대학은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Teaching Less by Self Teaching’을 모토로 삼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적을 구현하기 위해 프로젝트 수업, 창의융합교과 등을 늘리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Industry Inside> 등의 교육 환경을 갖춘 것입니다. 우리 대학은 얼마 전 KT와 5G 스마트캠퍼스 구축을 위한 업무 협약도 맺었고, 블록체인 등을 비롯한 각종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새로운 변화에 위축되지 말고, 우리 대학의 교육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스스로 배우는 능력’을 갖춰 나가시기 바랍니다.
7. 우리 대학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님들도 학생들 먹거리에 관심이 많습니다. 저희 학보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식 만족도 조사 결과에서는 만족도가 비교적 높지 않았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총장님의 의견을 여쭙고 싶습니다.
학식에 대해서는 3, 4년 전부터 고민을 많이 해왔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직접 교비를 투입하여 ‘천원의 밥상’을 운영한다든가, 학식 개선을 위해 <맛있는 위원회>라는 기구를 신설하고 현장에서 나온 불만을 수렴하기 위해 학생들로 구성된 <학식 모니터링 제도>도 도입했습니다. 업체도 독점 운영 방식에서 세 곳의 업체가 경쟁하는 체제로 바꿨습니다. 그러나 아직 학생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저도 안타깝고 답답한 심경입니다.
밥을 잘 먹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학식 모니터링과 학생처·총학생회·학보사가 시행한 각종 학식 설문조사 결과를 두루 검토하여 음식의 질과 가격, 학생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을 검토해 보겠습니다.
8. 오랜 역사를 가진 의료분야를 포함해서 최근 신설된 미디어랩스 단과대학까지 우리 대학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순천향 종합발전계획 2030>이 지난 4월 선포되기도 했는데, 총장님께서는 우리 대학의 10년 후 모습을 어떻게 그리고 계시나요?
<순천향 종합발전계획 2030(UniTopia 2030)>은 인간사랑의 건학이념을 바탕으로 충실한 교육과 연구, 헌신적 사회봉사를 통해 함께 잘 사는 세상을 이루는 데 이바지하고자 하는 미션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대학 종합발전계획 전략과제 중에는 청년창업 친화형 캠퍼스와 지역 상생 캠퍼스타운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10년 후 우리 대학의 모습을 그려볼 때, 저의 바람은 우리 대학 앞을 <캠퍼스타운>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여기서 <캠퍼스타운>이란 청년들이 창의적 활동을 할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대학과 지역의 동반성장을 도모하여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도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우리 대학은 <캠퍼스타운> 조성을 위해 몇 년 전부터 근처 부지를 많이 확보해왔습니다. 이 부지에 첨단 영상미디어 단지와 창업 기지를 세우고, 인근에 있는 경찰대학과 우리 대학의 특성을 살려 보안 관련 산업체를 유치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산업체와 연계해 신제품을 개발하는 환경을 조성하여 기업에서 새로 개발한 제품을 직접 모니터링 하는 리빙랩(living lab) 시스템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10년 후,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캠퍼스타운>을 꼭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9.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전하거나 당부하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여러분도 한번쯤 들어보셨을 ‘아모르 파티’(Amor Fati)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으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이는 자기 운명을 받아들이고 자기 삶의 주도권을 가지라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말은 단순히 열심히 하면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실 요즘은 예전보다 빈부격차도 커진데다 무조건 성실하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세상이 아닙니다. 상황이 어려운 것은 알지만, 그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일단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는 의지를 학생 여러분들이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것이 인류 역사 발전의 동인이라는 데 동의합니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도전과 응전’이라는 말을 통해 기존의 역사 인식과는 다른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그는 척박한 환경에서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문명을 일으켰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도전이 있어야 거기에 응전하는 과정에서 문명이 발생하고 인류가 성장해 나갈 수 있었다는 겁니다.
요즘 환경이 매우 척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명을 사랑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자기 삶의 주도권을 갖는 학생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우리 순천향대 신문사 기자들과 함께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기자: 바쁘신데도 기꺼이 시간 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