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굿 윌 헌팅, 거짓말을 이야기하다
[영화리뷰] 굿 윌 헌팅, 거짓말을 이야기하다
  • 김영윤
  • 승인 2019.04.05 11:38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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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구글
출처 : 구글

 

  추운 겨울의 흔적들이 점점 사라지고 따뜻한 봄의 기운이 조심스레 나타나는 4월이 되었다. 4월을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따뜻한 봄, 만개한 벚꽃을 보면서 앞으로 겪을 아름다운 시간을 떠올릴 것이다. 어떤 이들은 봄과 벚꽃 외에도 제주 4·3사건, 식목일, 임시정부 수립일, 4·19혁명 등 우리 역사에 아주 중요한 기념일들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보통은 4월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날이 있을 것이다. 바로 41. 고등학교 시절 합법적으로 선생님들, 친구들에게, 혹은 좋아하는 이성에게 장난과 거짓말을 하는 날, 만우절이다. 4월은 12달 중 아마 제일 신나고 재미있게 시작하는 달일 듯하다. 이 날만큼은 평소 하면 안 되는 거짓말들을 하며 일탈을 하며 짜릿함을 느낀다. 하지만 평소에는 거짓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우리에게 거짓말은 어릴 적부터 부정적인 단어로써 교육되었다.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거짓말은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정직과는 거리가 먼 개념으로 여겨졌다. 거짓말은 무언가를 숨기고 자신을 감추는 등 정직함과는 정반대의 행동들에 너무나 잘 이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사회는 어느 순간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면 자신의 약점으로 돌아오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이들은 자신의 약점을 가리기 위해 거짓말을 선택한다. 그것이 선의든 악의든간에 말이다. 하지만 거짓말은 진실을 한순간에만 가릴 뿐, 햇빛을 가린 잠깐의 구름처럼 결국 벗겨지게 된다. 그리고 거짓말을 통해 가린 진실의 무게는 더욱 크고 아프게 느껴진다. 우리는 왜 거짓말을 계속해서 하는 것일까? 거짓말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우리들에게 영화 <굿 윌 헌팅>은 거짓말의 위험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거짓말, 나 자신에게 다른 나를 입히다.

 

  자신의 뛰어난 재능과 지식을 통해 진짜 모습을 가리며 살아가는 윌과 그의 진짜 모습을 보려는 션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언뜻 보면 그저 좋은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따뜻한 영화다. 필자도 처음에는 그저 따뜻한 영화라 생각했다. 하지만 거짓말이라는 소재에 중점을 두고 영화를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는 영화다.

  수학 천재들이 모인 MIT 대학 복도 바닥을 청소하는 윌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시작된다. 윌은 그저 청소부처럼 보이지만 어려운 수학 공식들을 풀며 얼굴 없는 천재로 청소부 생활을 이어간다. 그렇게 자신의 모습을 숨긴 채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스카일라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MIT 수학 교수인 제럴드에게 몰래 수학문제를 푸는 것을 들키게 되며 윌은 자신의 능력을 점차 발휘하게 된다. 하지만 재럴드는 윌이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것을 느끼고 자신의 친구인 션에게 윌의 심리 상담을 맡기게 된다. 션의 상담을 받던 윌은 심리 상담을 거부하며 역으로 션이 자신을 포기하게끔 그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결국 션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며 첫 상담을 마치게 된다. 포기할 줄 알았던 션은 마음을 다잡고 윌과 심리상담을 해나간다. 재럴드를 통해 천재적인 능력이 발굴된 윌은 재럴드와 함께 여러 어려운 수학 공식들을 해결하며 지내게 된다. 모든 것이 잘 풀려가던 그에게 사랑이라는 어려운 문제가 던져지며 그는 불안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모습을 보이길 싫어하는 윌에게는 가장 힘든 문제인 것이다. 윌은 스카일라의 진실된 사랑에 불안함을 느끼고 다시 마음의 문을 닫으며 그녀로부터 도망치게 된다. 사랑을 통해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된 윌은 그런 자신의 모습을 부정하지만 결국 션과의 상담을 통해 진짜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게 되며 진짜 모습을 가리던 거대한 거짓말의 장막을 벗기게 된다. 결국, 윌은 정말 원하는 것을 찾아 나서며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영화는 윌을 통해 거짓말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윌과 같이 현재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상처와 약점을 지니고 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흠 있는 모습을 들쳐 보여주려 하겠는가. 거짓말은 무엇이고,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이를 반복하게 되면 그 결과는 어떠한지를 윌의 행동을 통해 보여준다. 거짓말은 내가 원하는 나를 만들어주며 내가 보여주기 싫어하는 것들을 감춘다. 윌의 경우 자신이 힘들고 암담했던 과거 유년 시절을 거짓말로 가리며 천재적인 모습을 더욱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깊이 할수록 자신의 거짓말이 드러나 진실을 알게 된 사람들이 자신을 버릴 것이라 생각하며 불안해한다. 이런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영화 속의 인물들이 겪는 감정들은 그저 영화 속의 만들어진 인위적인 감정이 아니다.

 

거짓말이라는 멈출 수 없는 폭풍

 

  혹시 한 번의 거짓말로 끝나는 거짓말을 본 적이 있는가. 필자는 그런 거짓말은 이 세상에 절대 없다고 생각한다. 거짓말은 진실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거짓말을 위한 거짓말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이런 거짓말은 어차피 드러날 진실을 더 무겁고 더 크게 만들게 된다. 즉 거짓은 진실이 줄 충격을 더 강하게 한다. 그렇게 수많은 거짓으로 계속 그 무게를 늘려가던 진실은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까? 나에게만 피해를 줄 것인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일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 진실은 수류탄이 되어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파편을 날려 상처받게 하고 다치게 하며 다시는 볼 수 없는 상황까지 만들 것이다.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자신은 잘 알 것이다.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이러한 대 참사를 피하려면 우리는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 바로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윌이 자신의 아픈 기억과 마주하며 있는 그대로 보려 노력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를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수 있다.

 

  윌은 매력적인 스카일라와 사랑을 하며 그 사랑을 키워 나간다. 하지만 윌은 스카일라와 만날 때마다 자신의 힘들었던 과거와 보여주고 싶지 않은 현실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계속해서 하게 된다. 그들의 사랑이 깊어짐에 따라 윌은 자신이 했던 거짓말로 인해 스카일라가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을 것 같아 두려워한다. 이 두려움은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

  두려움은 아마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은 것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너무 보기 싫어 감추는데 어떤 이가 좋아해 줄 것이며 어떤 이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 거짓말은 오히려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는 자물쇠가 되어 자기 스스로를 옥죄게 될 것이다.


  이 영화는 윌을 통해 언제까지나 자신을 숨길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 우리는 윌과 같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곤 한다. 자신을 보호하고 싶어서 혹은 남들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거짓말을 할 것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속이겠다는 악의를 가지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거짓말을 함과 동시에 불안을 느끼고 언젠가 밝혀질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질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해오던 거짓말은 점점 자신을 옥죄어 와 주변 사람들까지 다치게 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이에 대한 해답을 알고 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이며 이때까지 남들에게 보여준 나 자신이 만들어진 거짓된 존재였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솔직하게 말함으로써 누군갈 잃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길 바란다. 자신에게나 남들에게나 솔직하고 진실로 대한다면 이는 두려워 할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은 착각을 한다.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언제나 그 자리를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이들의 존재를 그저 편안한 존재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거짓말로 자신을 가리고 그저 편하게만 생각한다면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망각하며 잃게 될 것이다. 이번 영화 <굿 윌 헌팅>을 보며 솔직해 지는 용기,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우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