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6일 경기도 성남의 한 생태체험장을 탈출한 타조 ‘타돌이’가 1시간여 도로를 활주하다 포획됐다. 함께 분양된 암컷 ‘타순이’의 죽음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로 탈출을 감행한 것이다. 지난해 서울 어린이대공원 얼룩말 세로는 부모의 죽음 이후 방황하다 우리를 빠져나와 일대를 배회하다 생포된 바 있다.
이처럼 동물원 내 동물들이 탈출하거나 사육사로부터 학대를 받은 사례가 발생할 때마다 동물원 폐지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는다.
동물원을 폐지해야 한다
동물원의 동물권 침해가 심각하다. 동물원 내에 서식하는 동물들은 관람객들을 위한 하나의 ‘전시품’으로 평생을 지내야 한다.
동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원숭이, 돌고래, 늑대 등 여러 종의 동물이 공포 등의 1차적 감정뿐 아니라 애도나 수치심 등의 2차적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감정을 느끼는’ 동물들에게 동물원은 매순간을 관찰당하는 감옥과 같을 수밖에 없다.
최근 돌고래공연장인 경남 거제씨월드에서 병에 걸린 돌고래들이 제대로 보호받거나 쉬지 못한 가운데 쇼에 투입되는 비윤리적 상황이 이어져 돌고래 2마리가 잇따라 폐사했다. 이에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여러 단체들은 공연장을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미향 국회의원은 “돌고래는 노예가 아니다”라며 “고래들의 무덤인 거제씨월드에 해양수산부는 영업정지를 내려달라”는 행정조치를 촉구했다.
또한 동물원 시설 관리 소홀의 문제로 동물들이 사망에 이르는 일까지 허다하다. 동물원에 서식하는 동물들은 여러 이상 증세가 나타나곤 한다. 몸집에 비해 좁은 방 안에 갇혀 자해 행위나 무기력할 때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정형행동을 한다. 지난해 갈비뼈가 앙상하게 마른 사자의 사진이 퍼지자 많은 사람들은 분노를 일으켰다. 일명 ‘갈비 사자’라 불리는 마른 사자는 해당 동물원의 방 안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앞서 나온 ‘타돌이’의 탈출에 대해 동물권행동단체 카라(Korea Animal Rights Advocates)는 “왜 그들이 탈출했는가에 주목하면 공통적으로 열악한 사육 환경이 드러났다”며 동물원들의 시설 관리를 비판했다. 카라가 해당 체험장을 방문하여 조사한 결과, 체험장에서는 가축으로 분류되는 동물들을 비롯하여 야생동물인 라쿤, 프레리도그 등 다양한 종의 동물이 전시되고 있었다.
동물보호법은 제10조 4항에서는 반려동물만을 대상으로 최소한의 사육 공간을 마련하고 위생·건강 관리를 하게 하도록 한다. 이 법의 시행규칙에선 반려동물 준수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으나 동물원 동물은 현생 동물 관련법 체계상 ‘보유동물’ 또는 ‘야생동물’로 분류돼 위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한재언 변호사는 “좁은 사육장 크기로 인한 정형행동은 법상에서 동물 학대가 아니다”라며 “동물들이 살 수 있는 정말 최소한의 기준이고, 어떻게 해야 동물들이 행복한지 등에 대한 복지 관련 사항이 전혀 없다”고 지적한다.
동물원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다고 폐지만을 주장할 수는 없다. 1980년 국내에 동물원의 증가를 시작으로, 동물원에 서식하고 있는 많은 야생동물들은 이미 야생성이 많이 소실됐다. 최근에는 동물원에서 자라 고향이 돼버린 동물도 늘어났다. 이러한 동물들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기 어려우며 돌아가더라도 야생에서의 적응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최혁준 국내 동물원 평가 보고서 저자는 “현실적인 한계로 동물원 유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구 생태계의 환경적인 문제를 지적하며 “슬프게도 현재 지구에는 전 세계 수백만 마리 동물원의 동물들이 다시 돌아갈 자연이 없다”고 말했다. “혹여 돌아갈 곳이 있다 한들, 현재 동물원에는 '돌아갈 수 있는 동물'들이 얼마 되지 않는다”라며 “인공 환경에서 자란 동물들은 무한경쟁과 적자생존의 냉엄한 원리가 적용되는 야생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고 했다. 최 저자는 이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당장은 동물원이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동물원은 폐지해야 하는가
현재 청주동물원은 동물원을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하며, 야생에서 신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동물들을 임시적으로 보호하여 재활에 돕는 방향으로 동물권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렇듯 동물원을 ‘동물을 가두는 우리’나 ‘동물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닌 임시보호처의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절충안이 될 것이다.
동물원을 소비하는 방식에도 개선되어야 한다. 눈으로만 관람하기. 플래시 꺼둔 상태로 촬영하기 등 작은 행동에도 주의하며 관람해야 한다. 동물원 폐지에 관한 논의는 동물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달려있는 일이기도 하다. 논의들이 채택되고 법안에 개정되어도 올바른 시민의식이 우선시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