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웹툰의 이면에 숨겨진 작가들의 눈물
화려한 웹툰의 이면에 숨겨진 작가들의 눈물
  • 양경욱 교수(경영)
  • 승인 2021.03.31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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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을 줄 모르는 웹툰의 인기

이태원클라스, 경이로운 소문, 스위트홈. 최근에 대히트를 기록했고 필자도 재밌게 본 드라마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또 있다. 웹툰 원작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웹툰은 이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문화 콘텐츠로 완전히 자리 잡은 것 같다. 요즘에 웹툰을 안 보는 사람들이 있을까? 출퇴근길에 다들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보며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 있다. 필자도 요일마다 꼭 챙겨보는 웹툰이 여러 개고 연재 요일만 어서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웹툰도 있다.

웹툰은 다음 및 네이버와 같은 포털사이트에서 무료로 제공하던 것으로 애초 그 목적은 독자 트래픽을 늘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웹툰에 대한 인기가 치솟고 웹툰 원작을 토대로 영화와 드라마가 제작되고 웹툰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이제 웹툰 그 자체가 주요한 사업영역이 되고 있다. 그 증거로 웹툰 서비스를 목적으로 하는 전문 플랫폼들이 들어서고 있다. 그 첫 시작은 레진코믹스였고 그 이후에 웹툰을 서비스하는 전문플랫폼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제는 웹툰 플랫폼의 백가쟁명의 시대라 할 만하다.

 

웹툰 작가, 고되고 힘든 프리랜서로서의 삶

이렇게 웹툰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문화 컨텐츠가 되었고, 만화를 보지 않는 사람들도 웹툰 원작의 드라마나 영화는 접한 적이 있다. 그런데 정작 웹툰 작가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총천연색의 화려한 그림 뒤에는 땀 흘리면서 일하고 때로는 지쳐서 쓰러지기도 하고 또 힘들어 울기도 하는 작가들이 숨어 있다.

웹툰은 세로로 우리가 스크롤을 내리며 감상하기 때문에 한 화를 보는 데 끽해야 2분이 걸릴까? 하지만 정작 이 한 화를 그려내는 데 작가들은 엄청나게 고된 노동을 감내해야 한다. 웹툰은 일주일에 한 번씩 요일별로 연재된다. 처음 포털 사이트에서 웹툰이 연재될 때 그렇게 했고 뒤이어 등장한 플랫폼들은 모두 이를 따르고 있다. 이런 요일별 연재 시스템을 작가는 벗어날 수 없다. 독자들이 이미 거기에 적응을 했기 때문에 1주일에 1화씩 연재하지 않으면 조회수가 떨어진다. 1주일 안에 한 화 분량의 스토리 구상, 콘티 작업, 그림ㆍ채색배경식자 작업에 편집까지 하려면 작가들은 휴일 없이 일주일 내내 꼬박 일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독자들이 매주 연재를 기대하는 마당에 한 달에 한 번 휴일을 가진다든가, 명절에는 쉰다든가 하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한다. 연재기간 동안 휴무일 없이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한다면 몸이 빠르게 축날 수밖에 없다.

이런 빡빡한 연재 스케쥴에 컬러 만화라는 특성과 늘어만 가는 연재 분량을 더하면 정말 웹툰에는 작가의 피와 땀이 섞여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옛날 만화책방에서 출판만화를 넘겨 보던 것을 생각하면 그런 만화들은 항상 흑백 그림이었다. 반면에 웹툰은 화려한 색감을 자랑한다. 이런 컬러 채색 작업은 웹툰 작가에게 추가적인 부담이 된다. 또 웹툰은 한 화당 적게는 70컷에서 많게는 80컷, 90컷을 넘어갈 정도로 분량이 점점 막대해지고 있다. 웹툰의 댓글을 보면 컷 수까지 세는 독자들이 있다. 또는 한 화를 보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재기도 한다. 독자들이 분량 많은 웹툰을 선호하다보니 작가들도 이에 맞추어 컷 수를 계속 늘려가고 있다. 일주일에 70컷 이상의 컬러 만화를 그리다 보면 작가들의 손목과 어깨, 허리는 남아나지 않는다.

웹툰 작가의 건강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몸의 온갖 부위에서 통증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게 가장 문제이다. 웹툰 작가 중에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이들이 드물지 않다. 지금 연재가 끝나고 다음 작품을 또 연재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도 있지만 일과 삶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이 큰 몫을 한다. 출퇴근하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일주일 내내 온종일 혼자서 만화를 그리고 있자면 정신이 피폐해지기 십상이다. 일주일 내내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거나, 역시 일주일 내내 집 밖에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는 작가들이 부지기수이다. 연재기간 동안에 친구랑 만나서 놀지 않으니 친구관계가 많이 끊겼다고 토로하는 작가들도 있다. 삶이 일에 잠식당하는 사이에 작가의 정신건강이 좀먹고 있다.

 

약자인 작가들이 스스로 나서다

웹툰 작가들이 방송에 진출하면서 그들의 화려한 모습들이 집중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하지만 최정상급의 스타 작가들은 대단히 소수이고 대다수는 자기 영혼을 갈아 넣어 작품활동을 하면서도 생계를 겨우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돈벌이를 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서 플랫폼의 원고료 산정 방식이 문제가 된다. 유료전문 플랫폼은 이른바 MG(Minimum Guarantee의 약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250만 원 정도를 원고료 (또는 MG)로 작가들에게 지급한다. 작가와 플랫폼의 작품 수익 배분율이 7대 3인 경우, 약 1,000만 원의 월 수익이 생겨야, 원고료를 넘어서는 추가수익이 작가에게 발생한다. 월 1,000만 원 이하의 작품수익이 생기는 경우 작가는 원고료 250만 원만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돈을 버는 것은 플랫폼이지 작가는 아니다. 작가는 생계비 수준 이상으로 수익을 받기 힘들다.

작가는 플랫폼에도, 독자에게도 약자다. 작가가 노동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부득이하게 스스로 나설 수밖에 없다. 2018년, 참다못한 몇몇 작가들이 노조를 만들었다. 디지털콘텐츠 창작노동자지회가 그것이다. 작가는 뿔뿔이 흩어져 제각각 일을 하기 때문에 정확히 그들이 어떤 조건에서 일을 하는지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웹툰작가 노조는 먼저 작가의 노동실태부터 조사하여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또 노조는 다양한 지역에서 흩어져 휴일 없이 밤낮으로 일하는 작가들을 어떻게 규합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한 직장에 모여 있는 근로자들을 노조로 조직하기는 쉬울지 몰라도, 가정에서 제각기 일하는 프리랜서를 노조로 모으기는 힘들다. 이런 난관을 뚫고 노조가 어떻게 나아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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