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버거운 20대, 급증하는 청년 우울증
삶이 버거운 20대, 급증하는 청년 우울증
  • 윤원섭
  • 승인 2019.04.03 2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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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 모 대학에 재학 중인 A양은 지난해부터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 대학 생활 4년간 사귄 남자 친구와 헤어진 것이 우울증의 발단이었다. 졸업을 앞두고 취업 스트레스로 힘든 시기를 보낼 즈음 헤어진 A양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삶이 무기력해졌다.

  그는 한 학기 내내 공부와 수업을 던져두고 기숙사 방에 갇혀 지냈고, 공허함을 달래고자 폭식을 반복했다. 불과 한 달 만에 체중이 무려 15kg나 늘어나고, 급기야 자해까지 시도하는 모습을 기숙사 룸메이트가 발견했다. 결국, A양은 부모님과 학교의 권유로 중도 휴학을 신청하고 병원에서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예전보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는 A양은 병원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은 것이 기록에 남아 불이익을 받게 될까 두렵다. 또 친구들이 알게 되면 나를 정신병자 취급할까 무섭다고 말했다.
 


학점·인간관계·취업 고민 등 급증하는 청년 우울증
정작 상담센터나 병원을 찾는 경우는 10명 중 1명에도 못 미쳐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하기에 우울증이 A양에 불러온 결과는 극단적이었고 고통스러웠다. A양처럼 우울증을 앓는 청년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연령대별 가장 흔한 정신질환으로 20대는 우울증이 꼽혔다. 또한, 우울증을 앓는 20대 환자 수는 지난 5년 사이 44% 이상 증가했다. 최근 1년 동안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비율을 뜻하는 연령대별 우울감 경험률20대 청년층이 10대~50대 사이에서 가장 높았다.

  20대 청년들이 우울증을 겪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취업 스트레스였다. 취업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함을 겪는 이들은 학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성공에 대한 압박과 불투명한 미래로 인한 스트레스는 청년들의 마음을 병들게 하고 있었다. 또한, 학자금 부담, 금전 문제, 가족이나 연인 관계와 같은 대인관계 고민도 청년들에게 심리적 압박과 불안감을 주는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반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우울증을 진료받는 20대는 10명 중 1명에도 못 미쳤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사회적 편견과 비싼 진료비가 주요 원인이었다. 또한, 20대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아프니까 청춘이다식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도 우울증 치료 기피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겉으로는 밝은 척, 속으로는 검게 타들어 가는 가면우울증
최근 청년층에서 유독 두드러져

  우울증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과거보다 분명히 높아졌다. 지난해 우울증과 정신과 치료를 다룬 백세희 작가의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전국 서점을 휩쓴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독립 출판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에서부터 당초 목표 금액의 859% 이상 달성할 정도로 대중의 관심은 뜨거웠다. 초기 200부를 찍을 예정이었던 책은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무려 4쇄까지 찍는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섰다.

  가벼운 우울증이 지속되는 상태를 뜻하는 기분부전장애와 불안장애를 10년 넘게 앓고 있는 작가의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내 이야기인줄 알았다고 공감했다. 백세희 작가는 책에서 우울증을 진단하는 법을 말하지 않았다. 그보다 우울증은 병이고, 힘들거나 우울한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표현해야 한다 말한다.

  물론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말하기에는 생각보다 많은 고민과 연습이 필요하다. 장혜련 정신건강의학전문의는 우울증을 상담하러 오는 청년층을 보면 자신의 기분을 숨기거나, 우울증인지 모르는 <가면우울증(Masked Depression)> 환자가 최근 늘고 있다고 전했다.

  가면우울증은 가면을 쓴 것과 같이, 우울증이 티나지 않게 찾아온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듯 웃어도 속은 검게 곪아 타들어 가기 때문에 <스마일 우울증>이라고도 불리는데, 직업상 본래 감정을 미소로 숨겨야 하는 감정 노동자나 인기 연예인 그리고 청년층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서비스업에 근무하는 B양도 최근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 이후 내로라하는 명품 회사 고객센터에 근무한 이후 그녀의 삶은 지옥으로 변해버렸다. 사무실 한켠에 커다란 샌드백이 놓여 있는 이유가 있었다. 온갖 진상들을 전화로 응대하기 시작한 첫날부터 그녀는 고객님. 잠깐만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샌드백을 때리며 스트레스를 풀려 노력했다. 허나, 온갖 진상 고객 앞에서 계속 밝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B양을 지치게 하였다. 터무니없는 요구나 욕설과 막말, 성희롱을 반복적으로 당하며 B양의 속은 곪아갔지만, 겉으로는 계속 밝은 척을 해야했다. 주변 동료들도 아무리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버텼기 때문이었다. 최근 상담을 받기 시작한 B양은 우울증 진단을 받고 처음에는 부정하고 싶었다. 스스로 힘들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한편, 가면 우울증은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문화,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일본과 한국, 중국 같은 동양 국가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또한, 오랜 시간 방치할 경우 성격장애나 대인기피증과 같은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올해부터는 20대도 우울증 검사를 국가에서 보장해줘
우리 대학 심리상담센터도 항시 대기 중

  유명 연예인이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살했다거나 혹은 고시원에서 공부하던 학생이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했다는 뉴스는 이제 흔한 소식이 되었다. 청년 세대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진 지는 오래다. 그간 청년 정신건강 문제는 정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다르다.
  보건복지부는 청년 세대의 우울증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2019년부터 우울증 검사를 20~30대로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우울증 검사는 그간 40세부터 10년을 주기로 시행됐다. 개인이 직접 건강검진을 신청할 필요는 없다. 짝수 연도 출생은 짝수 연도에, 홀수 연도 출생은 홀수 연도에 검진 안내문이 건강검진표와 함께 배송된다. 개인이 일정을 잡고, 해당 검진표를 가지고 가까운 건강검진 기관에서 검진을 받으면 된다.

  정신건강과 진료가 경제적으로 부담될 경우 우리 대학 내 심리건강상담센터를 방문할 수 있다. 우리 대학 내 상담센터는 타 대학을 비교해도 최고 수준으로, 상담 중 모든 내용은 철저히 비밀이 보장된다. 또한, 학생이 원하면 천안시와 아산시에 있는 협력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심리건강상담센터는 학생회관 1층에 방문하거나 전화로 상담을 예약할 수 있으며, 오전·오후 수업으로 시간이 저녁에만 가능할 경우는 향설생활21층에 있는 야간상담실에서 평일 18시부터 24시까지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더 자세한 정보는 심리건강상담센터(041-530-1123)에 문의할 수 있다.

  우울증은 질병이다. 감정을 억누르면 심리적 불안정과 스트레스는 심해지고 식욕과 성욕 저하, 불면증, 무력감 등 다양한 증상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에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본인 스스로 표현해야 한다.

  우울하면 우울하다고, 힘들다면 힘들다고 말해야 한다. 우울증은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순간부터 치료가 시작된다.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고, 남의 시선에 옭아 매일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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