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한국인가, 일본인가? 일본풍 문화에 위협받는 한국어 간판
여기는 한국인가, 일본인가? 일본풍 문화에 위협받는 한국어 간판
  • 박소라
  • 승인 2023.11.28 14: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 일본식 술집 (사진=SBS뉴스)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 일본식 술집 (사진=SBS뉴스)

 

최근 거리를 둘러보면 이곳이 한국인지 일본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간판들이 속속 보인다. 바로 일본풍 유행이 등장하며 함께 나타난 일본어 간판 때문이다.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 일본식 술집에는 일본풍을 느끼기 위해 찾아든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다. 개성 있는 간판으로 손님을 끌어모으려는 가게의 전략이겠지만, 누리꾼들은 한국에 오사카동이 생겼다고 지적하며 한글이 사라진 길거리가 달갑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일본어 간판은 코로나19를 거치며 급증했다. 코로나19로 해외 방문이 어려워진 탓에 일본 현지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식당들이 인기를 끌었다. 이로 인해 거리에서 일본풍 음식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지만 반대로 한국어는 찾기 어려워졌다. 일본풍 강조를 위해 간판에서 한국어를 지우고 일본식의 인테리어를 설치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일본어 간판이 한국 전통거리에도 침투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전주시는 더 많은 관광객을 위해 한옥마을의 외국 음식점 입점 규제를 폐지했다. 이로 인해 전통 양식에 맞지 않는 외국어 간판이 더 늘어났다. 더 많은 관광객 유치와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게 됐지만 전통거리에서 느낄 수 있는 한국 고유의 색은 지워지고 있다. 역사의 도시인 경주시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경주시의 한 대릉원 일대는 역사 문화환경 보존지구로 지정되어 있으나 이곳 또한 일본어 간판이 넘쳐나고 있다. 한옥들 사이로 보이는 일본어 간판은 한국 전통거리의 미를 해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관련 규정에는 광고물이 한옥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글과 한문을 기본으로 다른 외국어는 주표기 글자의 절반 이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존재한다. 또한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외국어는 한글과의 병기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어 간판 중 규정이 지켜진 간판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4층 이하 건물에 설치되는 간판은 허가나 신고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민원으로 단속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추구하고 타문화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국어 간판은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도를 지나치는 일본풍 강조는 우리 문화 전통성의 생존 문제와 직결될 것이다. 이제는 한국의 일본화를 경계해야 할 태도가 필요하다. 희미해져 가는 한국 전통과 달리 짙어져 가는 왜색에 대한 문제의식이 제기되어야 할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