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말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안동, 청송, 영양, 영덕까지 번지며 초대형 산림 재난으로 확장됐다. 현재 불길은 진화됐지만, 복구와 대응 체계, 재난 인력의 처우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경상북도는 산불로 발생한 재난폐기물이 약 154만 톤에 달한다고 밝히며, 6월 말까지 주거지 폐기물 전량 처리 완료를 목표로 철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부 지역은 이미 50% 이상 철거가 완료됐다. 안동시는 이재민 74세대 전원에 공공임대주택을 지원했고, 조립식 임시주택도 설치를 마무리하고 있다. 산림청은 산사태 등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현장 진단과 조치에 나섰으며, 피해 지역 복구 예산도 확보 중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단순한 복구 작업만으로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노후 장비와 부족한 재난 대응 인력, 반복되는 열악한 처우 문제 등 구조적 허점이 이번 산불을 통해 다시 드러났다. 복구가 진행되는 지금이야말로, 일회성 지원을 넘어 기후 재난에 맞는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과 인력 처우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산불 대응의 현실과 문제점
산불 진화에는 전국 각지의 소방관과 산불진화대원, 지자체 공무원들이 동원되었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갈고리와 배낭형 분무기만 들고 진화에 투입되기도 했으며, 특수진압복조차 지급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청송군 야산에 투입된 한 소방관은 1박 2일간 소방호스를 메고 6차례 이상 산을 오르내리며 진화를 벌였다. 그가 받은 아침 식사는 밥과 김치, 깻잎장이 전부로 제공된 식사는 고강도의 노동을 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장비 부족도 심각한 문제다. 산불진화차 181대 중 일부는 2009년도 도입분으로 노후화 되어있고, 헬기 중 상당수가 30년 이상 된 노후 기종으로, 실제로 지난 3월 경북 의성에서 29년 된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한, 4월 15일 대구에서는 44년 된 헬기가 추락해 70대 조종사가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산불진화대의 인력난과 열악한 처우 문제도 오랫동안 지적되어 왔다.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정원은 5년째 435명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며, 이는 연평균 수백 건에 달하는 산불 발생 건수와 전국 산림 면적을 고려할 때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특히 높고 가파른 산악 지형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광범위한 지역을 커버하기 위한 인력 확충이 절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수당조차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예방진화대의 경우 60대 이상이 74.8%를 차지해 고령화 문제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4월 17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 지부는 성명을 통해 “산림청, 경찰, 지자체 공무원 등 각종 재난 현장에 투입되는 노동자들의 현장 처우가 전반적으로 열악하다”며, 특히 경북 지역 산불 진화 현장에서 활동한 소방 인력의 처우 실태를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경북소방본부는 “피해 지역이 넓고 산불이 빠르게 확산돼 충분한 식사나 휴식 공간을 제공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소방 장비 역시 수요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산불이 수습된 지금은 대형 재난에 대비한 장비 확충과 인력 처우 개선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며 향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환경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을 단순한 자연재해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녹색연합 서재철 상임전문위원은 이번 사태를 “기후 재난”으로 규정하며, 기존의 산불 대응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3월의 고온·건조·강풍은 단순한 이상 기후가 아닌 ‘예고된 위험’이었다. 기후 위기로 인해 산불은 일상화되고 있으며, 한국 사회의 대응은 여전히 '사후 대처'에 머물러 있다. 대피 매뉴얼 부재, 고령화된 진화 인력, 노후 장비, 미비한 재난 교육 시스템. 이 모든 구조적 문제는 기후 재난이 더 심각해질 미래에 우리가 마주할 리스크다.
청년 세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산불 진화에 직접 참여하긴 어렵더라도, 청년 세대는 재난 이후 사회적 무관심을 견제하는 감시자이자 시민 참여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재난 대응 정책에 대한 청원이나 캠페인에 연대하고, SNS를 통해 사실에 기반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청년들이 실천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참여 방식이다. 자원봉사나 기부에 그치지 않고, 재난 대응 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논의하고 발언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기후 위기와 재난 대응을 주제로 한 토론회, 공론장, 시민교육 등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이를 넓혀갈 수 있다.
더 나아가, 산불 이후에도 현장의 사람들과 소방관, 진화대원, 지역 주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한 실천이다. 뉴스가 끝났다고 해서 그들의 시간이 멈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산불을 단순히 ‘꺼진 불’로 기억해서는 안 된다. 그 안에는 우리가 잃은 생명, 반복되는 구조적 허점, 그리고 준비되지 않았던 사회의 민낯이 함께 있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빠르게 타오르는 감정보다, 천천히 타오르고 오래 지속되는 책임감이다. 이 책임감은 무엇보다 정부와 제도가 우선적으로 지녀야 하며, 더 나은 대응과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동시에, 시민으로서 청년 세대 역시 재난 이후에도 관심을 멈추지 않고 시스템을 감시하며 변화의 필요를 말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것이 기후 재난 시대에 우리가 함께 짊어져야 할 과제이며,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는 작은 시작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