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6명은 책을 읽지 않는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연간 종합 독서율 조사에 따르면, 성인은 직전 조사 대비 4.5% 하락한 43.0%를 보였다. 연간 종합 독서율은 1년간 책 한 권 이상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을 뜻한다. 성인 10명 중 약 6명은 1년간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은 것이다.
성인들이 독서하지 않는 이유로는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책 이외 매체를 이용해서’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뉴미디어의 대중화로 영상 콘텐츠 중심의 소비가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은 더 이상 책을 찾지 않고 있다. 책을 대체할 수 있는 콘텐츠들은 넘쳐나고, 바쁜 현대사회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최적화된 숏폼 콘텐츠 이용량은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최근 7월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국제 도서전’에 역대 최고 수치의 방문객이 찾아왔다. 찾아가기 마냥 편하지는 않은 위치에도 불구하고, 무려 15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방문이 이어졌고 이 중 약 70% 이상이 2030세대였다. 또한 예스24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9월 세계문학 전집 시리즈 도서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5.8% 증가했다. 특히 이 중 20대의 구매 비율은 14.3%로 5년 전에 비해 약 두 배 늘었다. 매년 2030세대의 독서율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왜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는 것일까? 이는 ‘텍스트 힙’ 문화와 관련된다.
책을 통해 멋짐을 드러내려는 문화
‘텍스트 힙’(Text Hip)은 '텍스트(text)'와 '멋지다'를 뜻하는 '힙(hip)'의 합성어로 2030세대에서 화제다. 에스파의 카리나, 아이브의 장원영 등 최근 유명 연예인이 추천한 인생 책을 따라 사는 소비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본인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읽는 책이기 때문에 호기심과 함께 매력적인 소비 대상으로 보이는 것이다. 독서를 장려하는 유명 연예인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독서 공간들도 텍스트 힙을 더욱 부추긴다.
특히 지난 도서전에는 출판업계 종사자들이 책을 단순히 진열해 파는 데 그친 것이 아닌 즉석에서 시를 짓거나 글귀를 공유하고, 독특한 굿즈를 선보이거나 작가와의 만남을 주최하면서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또한 디지털 콘텐츠와 서비스의 중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를 실천하는 2030세대도 찾아볼 수 있는데, 지인들과 독서하거나 필사하는 등 경험을 나누면서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도 이 같은 문화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텍스트 힙 문화, 지적 허영일까?
2424년 한국은 노벨 문학상 작가 한강 책 소비 열풍이다. 일각에선 이를 '지적 허영'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어떤 대상의 본질에는 관심도 없으나 타인에게 과시하거나 돋보이게 하기 위해 껍데기만 빌려오는 성향 즉, ‘스노비즘(Snobbism)’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처럼 ‘보여주기 식’의 열풍이라며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와 달리 SNS 덕분에 책을 소비하고 책의 내용을 한 줄이라도 읽게 되었으니 매우 긍정적인 효과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동진 영화 평론가는 문화에서 허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영이 없으면 문화적으로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없고, 허영이 있다는 건 자기 마음속의 빈 곳을 스스로 의식한다’며, ‘그 빈 곳을 채우려고 노력하고, 허영이 없으면 자기 스스로 충만하다고 생각하기에, 뭔가 다른 걸 자기 마음으로 초대할 만한 구석이 없다. 그러면 그 사람은 어떤 특정한 문화적 시선, 세상을 보는 새로운 창에 대해 영원히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라 하였다.
세상을 보는 새로운 창을 열자
트렌드를 이끄는 사람들은 출판사의 빛과 소금으로도 불리며 실체 출판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텍스트 힙 트렌드가 많은 이들에게 독서에 대한 호기심으로 자리 잡혀 출판업계의 다양한 마케팅 전략에도 희망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책에 대한 지적 허영심은 새로운 책을 탐구하려는 지적 호기심이었을지도 모른다. 허영심에서 출발했을지 몰라도, 어떤 이에겐 시도하기 어려웠던 독서가 매력 있는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면 이를 나쁘다고만 할 수 있을까? 알맹이가 가득 찬 지적 허영심을 좋아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