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 흩어져,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광장에서 흩어져,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 이은철
  • 승인 2025.04.28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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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모습(출처=연합뉴스)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모습(출처=연합뉴스)

 

[1]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됐다. 그의 임기 1060일, 계엄 선포 122일이 지난 후였다. 이로써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토대인 헌법질서를 수호해 낸 민족인 동시에, 민주주의 성숙도가 낮다고 평가되는 남미를 제외하면 탄핵 소추된 국가정상이 역대 가장 많은 민족이 되었다.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된 이번 정국은 마침내 결말에 도달했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이 남아 있으며, 공석이 된 대통령직을 채우기 위한 조기 대선 또한 앞두고 있다. 이번 사건은 민주주의 헌정질서의 회복이라는 의미를 지니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시스템적 취약성과 정치 문화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2] 극복해야 할 과제

 

헌정 절차는 일단락됐으나, 주요 국정 정책과 행정 운영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에 놓여 있다. 이와 같은 불확실성은 다음 세 가지 핵심 과제로 요약된다.

 

탄핵으로 인해 중장기적 국정 과제들이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 임기와 함께 설계된 정책 기조가 중단되거나 방향을 잃게 되면서, 정책 연속성과 행정 안정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신보호주의 국제질서의 출발을 선포하는 한편, 한국은 대통령 부재로 주요 외교 무대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한 국가재정의 매몰비용과 행정 공백은 곧 국민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다른 주요 쟁점은 개헌 논의다. 기존 5년 단임제 대통령제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4년 중임제로의 개헌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대선과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시행하자” 제안했고, 여당 대부분과 야당의 일부는 그 필요성에 동의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주류의 반발로 제안은 3일 만에 철회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전국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현행 대통령제를 바꾸는 개헌 필요성’에 대해 물은 결과 54%가 개헌 필요성에 ‘동의’한다고 조사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논의되어 온 개헌 이슈는 여전히 정치권의 유불리 계산 속에 실질적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조기 대선을 둘러싼 재정적 부담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번 21대 대통령 선거에 약 4949억 4200만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를 국민 수를 기준으로 단순 환산할 경우, 1인당 약 9,576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선거 자체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필수 비용임이 분명하지만, 잦은 정치적 혼란과 이에 따른 추가적 국민 부담은 제도적 안정성 확보라는 과제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3] 2025 시대정신과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광장은 나에게 자유를 주었지만, 동시에 그 자유 속에서 나는 자신을 잃어갔다.”

『광장/구운몽』, 최인훈

 

2025년 현재,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은 크게 증대되었다. 동시에 경제‧안보 등 다양한 국내외 과제가 중첩되며 다가올 대선에서 유권자의 정책 판단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후보자들은 경쟁적으로 공약을 쏟아내고 있으나, 일부는 실현 가능성보다 대중의 표심을 겨냥한 포퓰리즘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치학자들은 무비판적 동조를 지양하고, 정책 본위의 선거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매니페스토(manifesto)’개념에 주목할 것을 강조한다. 매니페스토란, 예산 확보 및 정책 실행 계획이 구체화된 실현 가능한 공약을 의미한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후보자들은 이상적이고 원론적인 구호를 외치며 때로는 갈등과 혼란을 조장하는 발언 또한 서슴지 않는다. 특히 언론과 미디어를 통한 정보의 과잉과 왜곡 가능성 속에서, 감정적 선택이 아닌 정책 검토에 기반 한 성숙한 유권자 태도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어느새 우리 사회는 소통과 타협보다는, 서로 간의 피아식별만이 우선되는 민주주의의 균열 앞에 서 있다. 탄핵은 분명 민주주의 헌법 절차에 따른 결정이었다. 그러나 절차적 승리만으로 민주주의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은 우리 사회가 갈등과 대립을 넘어, 제도적 성찰과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가늠할 분기점이 될 것이다. 이제 다시금 소통과 타협으로 시대적 과제를 외면하지 않는 지도자가 나오길 바라본다.

이은철 기자(dmscjf0908@s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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