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대학”이라는 인식
우리대학에 처음 왔을 때를 기억하는가. 캠퍼스 크기에 압도당하는 와중에, 엄마가 내뱉은 “시내랑 똑같네.” 한 마디에 차에 있던 가족 전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린 경험이 있다.
초면이지만 어딘가 익숙한 학교에서의 첫날을 보내고, <에브리타임>의 <새내기 게시판>에서 글 하나를 발견했다. 이제 3년 전 게시를 향해가는 글이지만, “학교 근처 논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상권이 아무것도 없어서 대학 생활이 막막하다.”라는 내용만큼은 또렷하게 기억난다.
그날 밤, 이 글을 개인 감상으로 넘기는 것과 아니면 누군가가 충격을 받은 곳이 익숙한 입장에서 열변을 토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댓글창을 수십 번 여닫았지만, 결국 새내기의 푸념으로 넘기는 쪽이 승리해서 손가락을 화면에 거칠게 밀어 <에브리타임>을 껐다.
글쓴이의 말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은 건 아니다. 입학 당시 나는 더 심했다. 반항심이 최고조였던 심리적인 이유에 코로나가 휩쓸고 간 지방 거점 대학이라는 첫인상까지 더했더니 어떤 기대조차 없었다. 2학년 2학기를 보내는 지금도 타 지역에 가는 날은 경로를 찾느라 한숨을 푹푹 쉰다. 조금 더 재밌는 활동을 하고 싶으면 근처 상권이 아닌 온양을 먼저 알아보고, 그마저도 부족하면 인근 지역으로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점점 커지는 지방 혐오
지방 혐오가 심해지고 있다는 걸 고등학교 시절부터 인지하기 시작했다. 학교 기숙사에 있던 타지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과 나눈 대화가 시발점이었다. 무의식에 있는 혐오를 느낄 때마다 찝찝한 느낌을 지우기 힘들어졌다.
코로나 때문에 3년 내내 제대로 등교하지도 않았는데, 그동안 들은 거슬리는 말을 손가락으로 세기 힘들어질 때쯤에 쐐기가 박혔다. “안성이랑 천안이랑 바꾸고 너희가 충청도로 내려가!” 듣자마자 입이 떡 벌어진 채 어떻게 대꾸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고등학생이 욕 하나 쓰지 않고 이런 말을 하는 게 아직도 믿기 힘들다. 이 친구에게 수도권은 ‘상위 도시’가 모이는 곳이고 지방은 ‘그게 아닌 것’이 낙오되어 오는 곳인 걸까. 도(道)는 어디까지나 위치로 정해질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데 말이다.
우주에도 사람은 산다.
지방이라고 꼭 시설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서울에도 논밭이 있고 멀리 나가기 힘든 곳이 있는 것처럼, 지방에도 교통이 편한 곳이 있고, 대구 수성구나 대전 유성구 같은 부촌도 있다.
물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지방에도 부촌 있으니까 까불지 마라” 따위가 아니다. 지방이나 소도시를 사람이 살기 힘든 곳으로 여기는 정도를 넘어 살 수 없는 곳으로 치부하는 분위기에 대해 꼬집고 싶은 것이다.
점차 아무것도 없음의 상징물로 여겨지는 논밭은 농부가 사시사철 새벽부터 일궈낸 산물이다. 어딘가의 대학은 부실 대학을 다루는 콘텐츠의 단편적인 도구가 아니다. 누군가의 배움터이자, 교직원뿐만 아니라 청소부까지 수백 명의 일터다.
같은 과목의 학우이자, 가족일 수도 있는 자의 삶의 터전을 단순히 혐오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하물며 숨조차 쉬기 힘든 우주에서도 사람이 사는데, 이 좁은 한반도에서 사람 손닿지 않은 곳이 있겠는가?


지방에도 사람은 사는데 왜 지방을 비방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방 혐오가 물러가야 지방 활성화도 될 것이며 지방 대학의 학우들의 사기 및 자부심이 높아질 거라 예상됩니다. 국가적 차원으로 지방에 대한 인식 개선 및 지역의 일자리 유치가 필요함을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