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전날, 또다시 밤새는 우리... 벼락치기의 두 얼굴
대학생들 사이에서 시험 직전 ‘벼락치기’ 학습은 흔한 모습이다. 과제와 동아리, 공모전 등 대외활동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평소 학습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바쁜 대학 생활 속에서 ‘벼락치기’는 많은 학생들에게 선택이 아닌 하나의 생존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런 벼락치기가 성적과 기억력 향상에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관련 연구와 전문가 인터뷰를 바탕으로 벼락치기가 뇌와 기억에 미치는 영향과 한계를 짚어보고, 대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학습 방법을 살펴본다.
벼락치기의 원리와 오래된 풍경
벼락치기는 말 그대로 시험 직전에 공부를 몰아서 하는 방식이다.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몸이 긴장하고, 심장 박동과 혈압이 올라가면서 뇌에 더 많은 에너지가 공급된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이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인지 기능이 향상돼 방금 본 내용을 더 잘 기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시험이 가까워졌을 때 느끼는 스트레스와 긴장감이 단기적으로는 집중력과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벼락치기 양상은 오래전부터 반복되어 왔다. 조선시대 성종실록에서는 과거시험을 준비하던 선비들 사이에서도 시험이 가까워져서 공부를 시작하는 ‘임기적 학습(臨期的學習)’ 풍조가 문제로 지적됐고, 영어권에서도 시험 직전 내용을 ‘억지로 쑤셔 넣는다’는 뜻의 ‘cram’이라는 표현을 써왔다. 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시험 앞에서 공부를 몰아 하는 모습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단기 성적에는 효과, 장기 학습에는 독
여러 인지심리학 실험 연구에 따르면, “짧은 기간에 같은 정보를 반복해서 입력하면 단기 기억뿐만 아니라 단기 성적도 일시적으로 향상되는 경향이 있다”고 공통적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며칠 뒤 다시 시험을 보면 결과가 역전돼, 장기 기억 측면에서는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암기 비중이 큰 단답형•사실 기억 위주의 과목에서는 벼락치기가 상대적으로 효과를 보였지만, 수학•과학처럼 개념 이해와 문제 해결이 중요한 과목에서는 오히려 성취도와 이해도가 크게 떨어지는 결과도 보고됐다. 결국 벼락치기는 ‘단기 성적용’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공부 내용을 오래 가져가야 하는 상황에서는 적절한 학습 전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밤샘 벼락치기의 위험, 그래도 피할 수 없다면
우리 대학 교양 강의 ‘뇌 과학의 신비’를 맡고 있는 의공학과 백현재 교수는 벼락치기를 ‘기억의 구조와 잘 맞지 않는 비효율적인 학습 방식’이라고 말한다. 단기적으로는 많은 양의 정보를 머릿속에 밀어 넣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며칠 안에 빠르게 사라지는 단기기억에 그쳐 성적 향상보다는 불안을 줄이기 위한 응급 전략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백 교수에 따르면 시험 직전처럼 급박한 상황에서는 스트레스로 각성 수준과 주의력이 높아져, 방금 본 내용을 단기적으로 회상하는 능력이 좋아질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이런 이점이 매우 짧은 시간 동안만 유지된다는 점이다. 단기간에 과도한 정보를 넣으면 단기기억의 용량이 금세 포화돼 깊이 있는 처리가 어렵고, 밤샘으로 수면까지 부족해지면 해마가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옮기는 '기억 공고화‘ 과정이 방해된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반복된 벼락치기가 ‘공부는 고통스럽고 피하고 싶은 일’이라는 인식을 강화해 학습 회피와 번아웃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실적으로 벼락치기를 피할 수 없다면 무엇보다 ‘밤을 새우지 않는 것’을 첫 번째 원칙으로 꼽았다. 또한 ▲짧은 양이라도 여러 번 반복해 볼 것▲시험과 비슷한 환경에서 공부할 것▲학습 내용의 의미를 찾아 기존 지식과 연결할 것을 최소한의 공부 전략으로 제안했다.
끝으로 “공부는 완벽함을 요구하는 과정이 아니라, 성장의 속도를 잃지 않는 과정”이라며 “하루 20분이라도 반복하는 습관이 결국 우리를 지탱해 줄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고 있는 공부에 대한 작은 의미라도 찾는 것이고, 그렇게 될 때 공부는 단순한 의무가 아닌 나를 성장시키는 경험으로 바뀐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연구와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시험 전날 벼락치기보다 평소 꾸준한 반복 학습이 성적과 기억 모두에 유리하다고 말한다. 이번 시험만큼은 당장의 점수보다 시험이 끝난 뒤에도 남아 있을 이해와 기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은철 기자(2_agfe@s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