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진 SPC 사고, 뭐가 문제일까
지난 5월 19일 오전 3시경, 경기도 시흥시 소재 SPC삼립 시화 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 A씨가 작업 중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A씨는 뜨거운 빵을 식히는 컨베이어 벨트에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수행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상반신이 기계에 끼는 사고를 당해 사망에 이르렀다. 근로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공장이 완전히 가동될 때 컨베이어 벨트가 삐걱거려 몸을 깊숙이 넣어 윤활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고 전해졌다.
해당 사고는 SPC 계열사에서 발생한 세 번째 사망 사고로, 2022년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로자 B씨가 소스 교반기에 끼어 숨졌고, 2023년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 C씨가 반죽 기계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앞서 발생했던 두 사고에 대해
2022년 10월 15일,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SPC그룹 계열사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로자 B씨가 소스 교반기에 끼어 숨지는 일이 일어났다.
사고 당일, 해당 근로자는 소스 교반기 내부를 청소하던 중 기계가 작동하여 끼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발생 후에도 공장은 작업을 중단하지 않고, 사고 현장을 흰 천으로 가린 채 가동을 계속한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은 2023년 8월 8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SPC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 C씨가 작업 도중 리프트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C씨는 반죽 분할기 내부 볼트를 조절하던 중이었으며, 함께 작업 중이던 다른 동료가 세척대로 이동하던 중 리프트 하강 버튼을 누르면서 반죽 통이 내려왔다. 리프트 하강 경로에 있던 C씨는 그대로 기계에 끼여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은 2인 1조로 이뤄졌지만, 같이 일하던 동료가 C씨의 위치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채 기계를 작동시키면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현장의 기본적인 안전 절차 미준수에 대한 비판이 불거졌다.
거세지는 SPC 불매 운동
22년에 발생한 사건으로 SPC 불매 운동이 본격화됐다. 특히 사고 직후 부적절한 사후 대응과 공장 가동 재개, 런던 매장 개점 홍보 등이 알려졌다. 이는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고 불매 움직임은 빠르게 확산했다. SNS를 중심으로 SPC 제품을 피하자는 여론이 형성됐고, 대체 소비를 권장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SPC 계열 브랜드 불매를 선언하거나 대자보를 부착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도 나타났다. 일부 기업과 단체도 SPC 제품 사용을 중단했다.
최근 발생한 사건이 크보빵을 생산하는 공장임이 알려지자 불매 운동에 대한 열기를 다시금 일으켰다. ‘크보빵’이란 삼립이 한국프로야구(KBO)와 협업하여 출시한 빵으로 특히, 야구팬들 사이에서 불매 운동이 확산하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SPC 계열사 제품에 대한 불매를 촉구하는 글들이 다수 게시되었으며, 일부 소비자들은 SPC 계열 브랜드 목록을 공유하며 구매 자제를 독려했다.
반복되는 비극, 무엇이 문제일까?
첫 번째 사고의 원인에 대해 SPL 산재 사망 사고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A씨가 과중한 노동강도로 인해 집중력이 흐려져 혼합기에 손을 짚었거나, 과도한 물량을 맞추기 위해 작업 속도를 높이던 중 손을 넣었다가 끼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 혼합기에는 기본적인 안전장치조차 없었다. SPC는 뚜껑이 열리면 자동으로 스크루 작동이 멈추는 자동 정지 장치(인터록)를 설치하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자들에게 작업을 시켰다. 재료가 잘 섞이는지 확인하거나 덩어리를 손으로 풀어줘야 하는 작업 특성상 인터록을 적용하면 정해진 물량을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자동 정지 장치를 배제했음에도, 그 대안이 될 수 있는 안전망조차 설치되지 않았다. 혼합기 위에 망을 거치한 상태로 재료를 투입했다면, 신체가 스크루에 직접 닿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기본적인 안전 조치가 부족한 상태에서 작업이 이뤄졌던 셈이다.
SPC가 말하는 방향성
첫 사망 사고 이후,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어 "그 어떤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SPC는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3년간 1,000억 원을 투자하고, 안전 경영위원회를 구성하여 주요 생산시설에 대한 국제표준 안전 인증 취득 현황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발생한 시화 공장 사고 이후에도 삼립은 간담회에서 재발 방지 약속과 추가 안전 강화 조치를 발표했다. 도세호 SPC그룹 대표는 “안전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 문화 확립과 안전 중심의 시스템 혁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특히, SPC 노동자들이 잇따른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해 온 과도한 노동 강도와 무리한 시설 가동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사 협의를 통한 근무 형태 개선에 나선다고 밝혔다. 노사는 매달 합동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외부 전문기관과 함께 분기별로 안전 점검 모니터링을 진행하기로 했다. 시화 공장에서는 생산 라인별로 매주 하루 가동을 중단하여 설비 점검과 안전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반복되는 비극을 막기 위한 실질적 대책
SPC는 항상 안전 강화에 대한 대책을 내세웠지만, 사고는 반복되었다. 반복되는 사고와 유사한 대응 방식은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는 SPC의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실질적인 개선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세 차례에 걸쳐 반복된 SPC 공장 내 사망 사고의 공통 원인은 과도한 노동 강도와 무리한 작업 방식이다. 노동자들은 주간·야간 각각 12시간씩 이틀을 연속 근무한 뒤 하루를 쉬는 3조 2교대 체제 아래 일해 왔다. 이는 최소 인원으로 최대 생산 효율을 내려는 기업의 구조적 운영 방식이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SPC삼립은 이제라도 노동 강도 완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이는 단지 재발 방지 차원을 넘어, 무너진 기업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더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구조적 개선이 시급하다.
이채원 기자 (chaewon1206@s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