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선택하고 있는가

2025-06-09     강여울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온라인 플랫폼의 ‘추천’을 마주한다. 아침에 눈을 뜨고 스마트폰을 켜는 순간부터 알고리즘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 유튜브의 홈 화면, 인스타그램의 피드, 쇼핑몰의 상품 추천, 심지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플레이리스트까지. 우리는 여러 추천 속에서 ‘선택’하지만, 정말 선택의 주체가 우리일까?

사실 알고리즘은 소비자가 좋아할 것을 예측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오래 머문 것, 반응했던 것, 유사한 사람들이 소비한 것을 집계한다. 소비자가 잠시 멈추었던 영상, 스크롤을 멈춘 게시물, 끝까지 본 콘텐츠가 쌓이고 이 기록을 시스템이 판단해 추천 콘텐츠로 되돌아온다. 다시 말해, 우리가 의식적으로 좋아한 것이 아닌 우연히 머문 흔적이 남은 것이 반복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문제는 추천 속 반복 노출이 우리를 점점 익숙한 콘텐츠에만 머물게 만들고, 새로운 것을 회피하게 하며, 다른 세계의 존재에 대해 무지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러한 반복은 사용자의 취향을 넓히기보다, 단조롭고 편향된 방향으로 수렴시킨다. 이는 알고리즘이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기술이 아닌, 소비자의 행동을 유도하고 강화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사람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취향을 발견하지만, 알고리즘은 그것을 방해한다. 시스템의 반복 노출은 소비자에게 있어 경험의 범위를 제한하는 울타리일 뿐이다.

 

인터넷 정보기술이 개인 성향에 맞춘 정보만을 제공하여 이용자를 다른 정보로부터 분리시키는 필터버블 속에서, 우리는 점점 자신의 세계관을 확인해주는 정보만을 소비하게 된다. 다른 시각은 보이지 않고 새로운 취향은 접근조차 어렵다. 이는 단순한 콘텐츠 소비의 문제를 넘어, 사고의 편향과 사회적 단절로 이어진다. 알고리즘은 다양한 관점의 노출을 차단하고, 사용자가 이미 선호하는 정보에만 머무르게 만든다. 이로 인해 사용자는 다른 의견을 접할 기회가 사라지게 된다. 결국 자신의 신념을 객관적 진실로 착각하거나, 반대 의견을 틀린 것으로 인식하게 되는 확증 편향이 강화된다.

이러한 편향은 사회적 단절로도 이어진다. 유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연결되고, 다른 시각을 접할 기회는 줄어든다. 서로 다른 세계에 갇힌 개인들은 점점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고리즘의 부작용을 인식하지 못한 사람들은 이런 구조 속에서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을 느낀다. 자극적인 추천은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알고리즘은 스스로 고른 것만 같은 선택지를 제공하며, 사용자의 주체성을 착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 시대의 문제는 단순히 기술의 발전이 아닌, 기술이 어떻게 인간의 자율성과 사고를 잠식하고 있는가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알고리즘을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면, 최소한 스스로를 돌아보며 비판적 미디어 리터러시를 갖춰야한다. 가끔은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것을 무시하고 검색창에 낯선 키워드를 넣어보는 것. 인기순이 아닌 최신순 콘텐츠를 클릭해보는 것. 추천 대신 내가 고른 책 한 권을 읽어보는 것. 그런 사소한 실천이 나의 선택을 되찾는 과정이 된다.

 

청춘은 무한한 가능성의 시기라지만, 이 시대의 청춘은 정작 알고리즘이 미리 정해준 취향과 길 위에서 머무는 경우가 많다. 너무 편하게 골라진 삶 속에서,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정말 스스로 선택하고 있는가?”

선택은 자유의 또 다른 이름이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선 스스로 선택하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