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이 출연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방송가 인기 소재로 자리매김했다. 해당 프로그램들은 일반인 출연자들의 ‘썸’이 연애로 이어지는 과정을 담아낸다. 다수의 일반인 연애 프로그램이 시즌을 거듭하면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탓에 방송가의 쏠림 현상과 과열 양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지상파 케이블 채널,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플랫폼, 유튜브 등에서 방송됐거나 공개를 앞둔 연애 예능 프로그램은 총 25개다. 이 같은 쏠림 현상이 지속되자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TV채널과 OTT플랫폼 모두 비슷한 소재로 프로그램을 내놓다 보니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의 욕구가 실현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된 것이다.
한편 과열 양상이 심해지고 있는 방송가에서는 점점 더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포맷의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있다. 쿠팡플레이가 올 하반기 공개를 예고한 ‘체인리액션’은 사이판에 모인 남녀 8명이 체인으로 묶여 240시간을 같이 보낸다는 설정이다. 이와 같은 내용이 공개되자 일부 시청자들은 “출연자의 자유를 제한하는 설정이 지나치게 자극적이다”라며 불편함을 표했다.
웨이브를 통해 공개된 프로그램 ‘잠만 자는 사이’는 오후 6시부터 새벽 6시 사이에 합숙 공간에서 남녀 출연진들이 혼숙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관찰하는 연애 프로그램이다. 예고 영상에서 출연자들의 자극적인 대사가 여과 없이 등장하자 시청자들은 “도를 넘어섰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영상에 달린 댓글 가운데 프로그램 취지에 다수는 불쾌감을 표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리얼리티 쇼 자체가 하나의 트렌드가 된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을 자주 접하면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제작자들이 새로운 형식을 찾는 과정에서 부자연스러운 설정을 넣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프로그램이 ‘화제만 모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한 탓에 시청자들의 피로도가 만만치 않게 높아지는 중이다. 쏟아지는 연애 예능을 다양한 플랫폼에서 접하는 사이 시청자들의 눈높이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기존의 방식으로 그들을 설득하려는 어설픈 시도는 오히려 시청자들의 연애 세포를 없애는 흐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