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 피해는 소비자 몫?... 지속적인 연구 요구돼
‘망 사용료’ 피해는 소비자 몫?... 지속적인 연구 요구돼
  • 문희인
  • 승인 2022.10.1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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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사용료에 대한 인터넷 공급자와 콘텐츠 공급자의 입장 차이(표 : 자체 제작)
망 사용료에 대한 인터넷 공급자와 콘텐츠 공급자의 입장 차이(표 : 자체 제작)

국내 통신업계(SK, KT, LG)와 글로벌 콘텐츠 업계(구글, 넷플릭스 등) 간 '망 사용료' 이슈가 뜨겁다.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에서 관련 법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좀처럼 간격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망 사용료란 콘텐츠 공급자(이하 CP)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인 통신사(이하 ISP)에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다. 지난 2016년부터 국내 대형 CP인 네이버, 카카오 등은 ISP에 망 사용료를 지불해왔다. 하지만 국내 트래픽의 27.1%, 7.2%로 큰 비중을 차지(지난해 10월~12월 기준)하는 해외 CP(구글, 넷플릭스 등)가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자 국내 ISP의 불만이 터졌다. 구글과 넷플릭스의 높은 영향력으로 인해 "데이터를 원활히 주고받기 위해선 통신망 추가 설치가 요구되며 이를 위한 비용을 지불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 CP의 입장은 확고하다. 구글과 넷플릭스 등은 미국 회사이므로 미국에 이미 인터넷 접속료를 내고 있으며 미국과 한국 간의 상호접속료 정산이 돼왔으므로 "망 사용료를 추가 지불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넷플릭스는 미국-일본 구간에 자체 해저케이블을 이용한 '캐시서버(본사 서버 데이터 복사 서버)'를 설치했다. 사용량이 많은 콘텐츠를 데이터 사용률이 낮은 시간대에 임시로 저장해 빠르게 제공하기 위함이다. 해당 캐시서버는 SK브로드밴드(이하 SKB) 망을 통해 국내로 연결된다. SKB는 이에 대한 대가를 내라는 입장인 반면 넷플릭스는 "직접 투자한 캐시서버를 무상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ISP와 CP 간의 법정 싸움이 지속되던 지난달 30일 아마존 산하 라이브 플랫폼인 트위치가 국내 최대 해상도를 720p로 제한했다. 일각에서는 망 사용료 부담을 우려했다는 의견이 제기 됐다. 이에 한국통신사사업자연합회는 사유 설명을 위한 공개 질의서를 트위치 코리아에 보냈다. 그러자 트위치는 "한국 내 서비스 운영비용이 지속해서 증가했으며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며 "새로운 운영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트위치 해상도 저하 이후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젊은 세대들과 기존 트위치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트위치를 시작으로 유튜브, 넷플릭스 등에도 피해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11월 SKB와 넷플릭스 간의 망 사용료 갈등 발생 후 약 3년간 법정 싸움이 이어져 오고 있다. 여야 측은 이 문제를 정부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 측은 신중한 입장이다. 자칫 ISP와 CP의 문제가 아닌 국가 간의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글로벌 CP에 망 사용료를 부과할 경우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빚을 수 있고 국내 CP가 해외로 진출할 때의 역차별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동영상 서비스 이용률이 94%에 육박한 시점에서의 망 사용료 이슈는 발전하는 콘텐츠 시장과 소비자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망 사용료 법안이 통과되면 해외 CP들이 국내 시장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소비자 구독료를 올릴 확률이 높다.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망 트래픽 부담을 통신사가 계속해서 떠안게 된다. 이에 소비자가 부담하는 인터넷과 통신 요금을 올릴 확률이 높다. 과거 만들어진 인터넷망의 시스템은 현재의 인터넷 사용량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왔으며 갈수록 콘텐츠 시장의 트래픽 부담은 높아질 것이다. 법정 싸움과 법안 발의가 아닌 국내외 소비자와 CP간의 연결성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