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근무 환경,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대학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근무 환경,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 박소라
  • 승인 2022.09.03 13: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3월부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연세대분회는 임금 인상과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며 학내 집회를 이어왔다. 그러나 5, 세 명의 학생이 시위 소음으로 인한 수업권 침해와 정신적 피해를 주장하며 연세대분회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고 6월에는 금전적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이 학생들은 해당 집회가 사전에 신고되지 않았다며 고소의 이유를 추가로 덧붙였다.

연세대학교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집회 현장. (출처=연합뉴스)
연세대학교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집회 현장. (출처=연합뉴스)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의 경우, 새벽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교직원과 학생들의 출근 및 등교 전까지 청소를 마쳐야하기 때문이다. 쉬는 시간 없이 근무하는 이들의 임금은 시간당 9,390원이다. 연세대학교의 한 청소노동자는 일이 힘들지만 학생들을 가족이라 생각하며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학교 당국에 요구하는 사항은 크지 않다.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시급 440원 인상, 샤워실 설치, 휴게실 개선, 정년퇴직자 인력 충원 등 노동자로서 근무환경 개선을 중점에 둔 사항들이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연세대분회는 교내에서 점심시간마다 집회를 시작했다.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처우는 연세대학교뿐만이 아니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지난 6월 기숙사 청소를 담당하던 50대 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숨진 노동자는 하루 100리터 쓰레기봉투 18개를 혼자 처리해야 했으며 승강기도 없는 기숙사 한 동을 혼자서 청소했다. 고인은 육체적 강도가 높은 노동을 지속한 점이 인정돼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20198월에는 창문과 에어컨 하나 없는 휴게실에서 청소노동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쉴 수 없는 휴게실

816<한겨레>가 조사한 서울 지역 대학 10곳의 청소노동자 휴게실의 대부분은 지하, 주차장 옆, 분진이 많은 목조장, 석조장 화장실 안 등 후미진 곳으로 밝혀졌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경우 어두컴컴하고 휴게실의 남녀 분리가 돼있지 않았으며 둘 이상이 누워서 쉬기 어려울 정도로 장소가 좁았다. 이외에도 홍익대학교의 지하 6층 휴게실은 올해 에어컨이 설치됐지만 지하주차장 옆에 위치해 노동자의 호흡 곤란 문제가 심각했다.

지난해 8월 고용노동부가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 가이드에 따르면 사업주는 노동자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적절한 가구와 비품을 설치하고 쾌적하게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이 있어도 강제성이 없기에 현실에서 지켜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숙명여자대학교, 카이스트 등 13개 대학 사업장 청소 및 경비, 주차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위해 투쟁하고 있지만 불과 4개의 사업장만이 합의를 진행했다.

휴게실 개선·샤워실 설치 요구 대학 청소노동자 기자회견. (출처=연합뉴스)
휴게실 개선·샤워실 설치 요구 대학 청소노동자 기자회견. (출처=연합뉴스)

한편, 청소노동자의 휴게실 상황이 좋은 곳도 있었다. 서강대학교와 숭실대학교의 경우, 휴게실 20여 곳 모두 에어컨이 설치돼 있어 휴게시설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많은 대학의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대학은 공간과 비용 등의 이유로 이를 외면하고 있다.

이번 연세대분회 고소 사건을 통해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근무 실태가 밝혀졌다. 노동자들의 집회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는 현실은 대학이 청소노동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더 나은 사회를 바라보는 교육의 장에서 대학을 위하는 노동자에 대한 배려와 인정은 가르치지 않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쟁의를 지켜보는 것으로 힘을 더할 수 있다.

 

 

대학 청소노동자 휴게실 가보니대소변 소리 들으며 밥먹고 쉽니다”. (2022).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464994.

연대생의 청소노동자 고소, 이게 '공정'인가요?. (2022).

https://www.youtube.com/watch?v=drjb5T75zJ4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