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의 격년제 시행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의 격년제 시행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 문희인
  • 승인 2022.01.1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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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과 11월에 발표된 월드컵 격년제 개혁안으로 인해 축구계가 떠들썩하다. 국제축구연맹(이하 FIFA) 글로벌축구발전책임자인 아르센 벵거를 포함한 다수 관계자들은 축구계의 변화를 일으킬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월드컵은 단일 종목 최대 규모의 스포츠 행사이자 꿈의 무대다. 대회의 희소성으로 선수들은 출전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2006년엔 코트디부아르 출신 공격수 디디에 드로그바가 월드컵 본선 경기 출전을 위해 조국에 휴전을 요청했으며 이후 코트디부아르의 1차 내전이 종식되기도 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의 총 누적 시청자 수는 약 35억 명을 기록할 정도로 규모가 상당했다. 이처럼 91년의 역사를 지닌 월드컵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변화를 가지려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개혁안이 제시된 이유 중 하나는 UEFA 소속 선수들의 부상 빈도수다. 16/17 시즌 프리미어리그의 12월 한 달 동안 발생한 부상 건수는 무려 136건이다. 지난 시즌 스페인 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에는 한 시즌 동안 45회의 부상이 발생했고 현대 축구 역사상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여파와 대회 과정에서 월드컵 예선을 포함한 A매치를 위해 이동하는 거리가 상당하여 피로감이 누적됐기 때문에 발생 됐다고 볼 수 있다. 벵거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월드컵 지역 예선 경기 수를 줄이고 일정을 몰아 진행할 계획을 밝혔다. 이에 맨체스터 시티 소속이자 벨기에 에이스 케빈 더 브라위너는 "선수들의 휴식이 적절히 보장된다면 괜찮은 아이디어다"며 긍정의 의미를 드러냈다.

하지만 유럽축구연맹(이하 UEFA)와 국제올림픽위원회(이하 IOC)는 이번 개혁안에 반대하고 있다. FIFA 월드컵의 대회 수가 증설될 경우 UEFA가 개최 중인 챔피언스리그, 네이션스리그 등의 수익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IOC도 올림픽 흥행을 고려하여 FIFA의 주장에 반대하고 있다. 현재 월드컵과 하계 올림픽 기간은 2년 차이가 나지만 격년제 시행 시 기간이 겹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UEFA, FIFA, IOC는 모두 국제 운영 기구로서 축구와 스포츠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결국 자본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현재 축구 산업은 자본이 아닌 팬들에게 축구 그 자체의 매력을 어필해야 한다. 과거 스포츠 열기가 뜨거웠을 때와는 달리 게임 산업과 미디어가 발전하고 대체재로 자리 잡았다. 이에 사람들의 축구에 대한 관심도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 회장 플로렌티노 페레즈도 슈퍼리그 발표 당시 "청년들의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해 축구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월드컵 격년제 개혁안은 단순히 월드컵 흥행과 수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 축구 산업이 실제로 위협을 받고 있으며 발전시켜야 할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FIFA와 UEFA는 선수들의 혹사, 일정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며 갑론을박을 펼치지만 결국 수익 문제와 연결된다. 선수를 그저 상품으로 보는 것에 불과하다. 객관적인 운영을 통해 축구계의 인기를 더욱 끌어올릴 방안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그것이 월드컵 격년제라면 국제 운영 기구들의 양심이 중요하다. 선수와 팬을 위한 발전이 필요하다면 누군가의 희생이 불가피하게 따라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간 본인들이 진행해온 대회들의 비합리적, 비효율적 체재는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