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될 것인가, 고양이로 전락할 것인가
호랑이가 될 것인가, 고양이로 전락할 것인가
  • 홍수빈 기자
  • 승인 2021.11.2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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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앗아간 2021년의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역학적 관점에서는 "바이러스가 종식하기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났지만 국내 백신 완접종률은 78%를 넘어섰다. 집단면역이 갖춰지고 단계적 일상 회복에 접어들며 "2022년에는 경제도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바이러스와의 공존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다가올 임인년(壬寅年)은 검은 호랑이의 해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해마다 출간하는 <트렌드 코리아>는 소비 분석의 선두주자다. 이들은 내년을 "Tiger or Cat"이라는 슬로건으로 정의했다. 호랑이처럼 포효할 것인지, 고양이의 울음에 그칠 것인지, 세계인이 범유행 이후의 트렌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스스로 혁신하라, <트렌드 코리아>가 제시하는 2022년 10대 키워드

'트렌드 코리아' 저자 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 (출처=미래의창)
'트렌드 코리아' 저자 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 (출처=미래의창)

 

나노 사회

'나노 사회'는 극소단위로 파편화된 사회를 말한다. 쪼개졌다가 뭉쳐지고 공명하는 양상을 띠는 사회 속에서 대한민국은 분열과 연대의 갈림길에 서 있다. 나노 사회는 나머지 9개의 키워드를 포괄하는, 여러 변화의 근인이기도 하다. 트렌드의 미세화를 촉발하며 노동의 파편화를 강화하는 나노 사회의 메가트렌드 아래, '나노 사회 블루'에 대처하기 위한 휴머니즘이 필요하다.

머니러시

'머니러시'는 미국 서부에서 금광이 발견되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골드러시'에 빗대, 수입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뜻한다. 여러 직업에서 얻은 수익으로 투자에 나서는 머니러시 트렌드는 자본주의 사회의 속물화 현상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업가 정신을 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자기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는 시사점을 주는 것이다.

득템력

희소한 상품을 얻을 수 있는 소비자의 능력을 '득템력'이라고 한다. 사치의 대중화로 값비싼 브랜드의 제품보다 획득의 어려움이 차별화의 기호가 됐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득템의 과정을 즐기고 이를 SNS에 올린다. 기업들도 한정판 마케팅 전략을 늘리는 추세다. 상품 과잉의 시대에서 돈만으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러스틱 라이프

날것의 자연과 시골 고유의 매력을 즐기는 '러스틱 라이프'는 현대 사회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삶에 '촌스러움'을 더하는 새로운 지향점을 제공한다. 이는 과밀한 주거·업무 환경에서 고통받는 대도시나 고령화 문제로 시름을 겪는 지방자치단체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러스틱족을 사로잡을 지방의 매력을 뽐낼 기회다.

헬시 플레저

전 세계를 휩쓴 역병의 시대에 건강과 면역은 모두의 화두다. 소비자들은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고통을 감수하거나 절제하려 하지 않는다. 이제는 맛있고 즐겁고 편리하게 건강을 관리하는 '헬시 플레저'의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엑스틴

언론에서는 MZ세대가 화제지만 소비의 양적 규모나 질적 파급력으로 볼 때 국내 소비 시장에서 중요한 세대는 X세대다. '엑스틴'은 1970년대생으로 경제적·문화적으로 풍요로운 10대 시절을 보내면서 형성된 자유로운 성향을 통해 자녀와의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한다. 꼰대 소리를 듣지만 당분간 대한민국의 소비 시장은 엑스틴이 이끌고 갈 것이다.

바른 생활 루틴이

자기 주도적으로 생을 살아가고자 하는 '바른 생활 루틴이'가 등장했다. 자기만의 소소한 루틴을 지키며 성공 스토리를 모아가는 이들은 외부적 통제가 사라진 상황에서 스스로 일상을 지키려 한다. 해당 트렌드는 나태 속에서 자신을 일으킬 모멘텀을 추구하는 믿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실재감 테크

'실재감 테크'는 시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완전한 실재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다. 해당 기술은 소비자와의 관계를 구축하는 핵심 기술로 대두되고 있으며 감각과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게 한다. 생활의 전반이 실제를 초월하는 시대에서 누가 더 실재감을 잘 만드느냐가 소비자를 붙잡는다.

라이크 커머스

소비자 개인이 독자적으로 상품의 기획·제작·판매를 총괄하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 주도 유통과정을 동료 소비자들의 '좋아요'에서 출발한다는 의미에서 '라이크 커머스'라고 부른다. 항시 쇼핑 시대에서 라이크 커머스는 많은 사람의 경력 대안이 되고 있다.

내러티브 자본

강력한 서사, 즉 '내러티브'가 자본이 되는 순간 당장은 매출이 부진한 회사의 주식도 천정부지로 값이 오를 수 있다. 브랜딩이나 정치의 영역도 마찬가지다. 자신만의 서사를 내놓을 때 단번에 대중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 내러티브 전쟁이 심화 돼 갈수록 가짜 정보를 가려낼 수 있는 눈을 기르는 것이 앞으로의 정보 소비자가 가져야 할 덕목이다.

 

나노 사회 속 우리의 모습

본지는 10개의 키워드 중 앞으로의 삶에 전반적으로 핵심이 되는 키워드를 꼽았다. 바로 나노 사회다.

일상에 많은 제약이 생기고 결속력이 사라지는 사회 속에서 오히려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을 반기는 이들이 많아졌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직장인 1,549명에게 코로나 통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약 48%만족한다고 답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에 만족하는 분위기는 공동체 문화에서 개인주의 문화로, 나노 사회로 이행되고 있음을 가시적으로 드러낸다.

 

나노 사회의 모습은 세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조각조각 흩어진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인 가구의 수는 664만 3,354가구로 전체 가구의 31.7%를 차지했다. 이는 가정에 존재하던 결속력은 없어지고 각자도생하는 개체가 됐음을 의미한다. 교육 환경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학번이라 불리는 20·21학번들은 대학 생활을 전혀 경험하지 못하고 사람을 온라인으로 접하는 게 더 익숙하다.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온전한 '나'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결국 서로가 연결되기를 원한다. 개인적 욕구가 공동체의 결속력보다 중요해진 나노 사회에서는 집단의 정체성보다 개인적 취향으로 뭉치는 경우가 잦아졌다. '오이를 싫어하는 모임', '민초단(민트초코를 좋아하는 사람)등 취향으로 자신을 정의하며 같은 취향의 사람들과 만나려 한다. 즉, 나노 사회에서는 소속감보다 선호도가 중요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편을 나눠 공명한다. 취향으로 뭉친 집단에서는 서로 선호하는 정보만을 주고받기 때문에 자기 확증적 성향이 강조되기 쉽다. 집단만큼 다양해진 플랫폼 또한 보고 싶은 이야기만을 접하도록 설계돼있다.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을 적대 세력으로 보고 타협을 거부한다. 결국 고립과 갈등이 심화하는 것이다.

 

격변의 시대 속 우리는

팬데믹으로 인한 우울을 '코로나 블루'라 명명한 것처럼 '나노 사회 블루'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개개인의 우울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선행돼야 할 것은 '공감력'을 기르는 일이다.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님을 인지하고 나와 다른 집단에 대해 그르다고 단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우연한 발견'에서 재미를 깨닫는 것이다. 선별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취향을 찾기 보다는 고루 분배된 선호들 속에서 다양하게 뒤섞여야 한다. 트렌드와 시장이 급변하는 세상에서 폭넓은 시각으로 상황을 받아들일 때, 호랑이처럼 표변할 수 있다. 지금은 나노 사회를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는 휴머니즘을 추구해야 한다. 세로로 줄을 세워 나뉘는 분열의 길을 갈 것인가, 가로로 손잡는 연대의 길을 갈 것인가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이제는 깨닫고 강해질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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