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중동에는 다시 전운이 감돌았다. 한동안 잠잠하던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과의 무장 충돌이 재개된 것이다. 계속되는 공세에 사람들이 죽고 건물은 무너져 내렸다. 무엇이 그들을 분노케 했는가? 석유파동의 악몽을 되새기며 세계의 이목은 중동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러한 중동 위기의 여파는 우리에겐 석유파동이란 재앙으로 넘어온다. 이스라엘의 12년 정권 교체와 더불어 각 국가의 행보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이번 기사는 약 11일간 진행된 분쟁의 경과와 결과에 대해 짚어나간다.
비극, 그 시작
이번 무력충돌은 한 달 전 예루살렘에서 시작됐다. 이스라엘 당국이 라마단 기간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다마스쿠스 성문을 폐쇄하며 폭력 사태가 촉발됐다. 라마단 기간에 금식을 끝낸 무슬림들이 나와 식사하는 광장을 폐쇄하자 불만을 품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차량, 바리케이드 등에 불을 지르고 돌을 던지며 시위를 벌였다. 극단주의 유대교인들의 맞불 시위 속에서 서로에 대한 테러 행각은 시위를 격화시켰다. 현지 시각 6일, 이스라엘의 대법원은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인 6가구에 대해 추방 결정을 내렸다. 이에 반한 팔레스타인인들의 대대적 시위와 이스라엘 경찰의 충돌은 사태를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았다.
경과 - 5월 7일
라마단의 마지막 금요일을 맞이해 약 7만여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예루살렘에 위치한 성전산으로 몰렸다. 이들 중 일부는 예배를 마친 후 이스라엘 경찰을 향해 신발, 돌 등을 던지며 팔레스타인 무력단체 하마스의 깃발을 흔들고 무력 투쟁의 구호를 외치며 소요사태를 일으켰다. 당일 이스라엘 경찰은 시위 진압을 위해 최루탄, 섬광탄, 고무탄 등을 사용해 시위대를 습격, 진압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약 205명의 팔레스타인인 부상자가 나왔고 그중 153명이 입원했으며 경찰 측은 17명 이상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서안지구에서는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세 명의 팔레스타인 무장 괴한이 이스라엘 국경 경찰의 기지를 향해 총기를 난사했고 경찰 측의 대응 사격으로 두 명이 사살되고 한 명은 중상을 입었다. 이는 전날 있었던 시위 진압에서 사망한 소년을 위한 보복 차원의 습격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 이후 이스라엘은 서안지구에 추가병력을 배치했다.
5월 8일
소요사태는 시위대와 이스라엘 경찰의 대립으로 더욱 붉어졌다. 당시 성전산 내에 있는 모스크에 9만여 명의 기도 인파가 몰렸다. 하마스의 지원 아래 격화되는 시위의 진압을 위해 이스라엘은 성전산의 병력을 증진, 물대포 등의 진압 도구를 사용하여 시위 진압에 박차를 가했다. 이 과정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해 최소 70명 이상의 부상자가 나왔다.
5월 10일
예루살렘의 날을 맞아 성전산에 유대인들이 모인 가운데 이스라엘 경찰은 다시 강경 진압을 감행했다. 그 과정에서 최소 300명의 팔레스타인인 부상자가 속출했고 이스라엘에서는 경찰과 민간인을 포함해 28명의 이스라엘인 부상자가 나왔다.
이어지는 시위대와 경찰 측의 충돌에 최소 7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나왔으며 시위대의 모습은 폭동으로 변화했다.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과 연결된 주요 도로·철도를 폐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당일 오후 이스라엘 측에 즉각 경찰 병력을 철수할 것을 요구하며 거부 시 이스라엘을 향한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통첩을 보냈다. 이후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최소 12발 이상의 로켓을 발사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하마스를 향해 공습을 감행했다. 양측 간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소 24명의 사망자가 확인됐고 하마스의 로켓 공격으로 6명의 이스라엘 민간인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 경찰의 강경 대응과 무차별 공습은 국제적인 비판을 받았다. 사태 완화를 위해 이스라엘 대법원은 추방 명령에 대해 30일간 유예 결정을 내렸다.
5월 11일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무력충돌은 더욱 격화됐다. 이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에 있는 건물이 무너졌다. 당일 파괴된 13층의 건물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거점이라고 밝힌 수백 개 중 하나였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향해 200발 이상의 로켓을 발사했다. 이스라엘의 대공 미사일이 로켓 공격을 방어했으나 이스라엘 측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은 이어졌고 총 사망자는 28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하마스에 대한 공습의 강도를 높일 것”을 표명한 동시에 이스라엘 로드 시에 특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당일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를 폭격하기 위해 80대의 전투기를 보냈고 국경에 모인 전차를 보강하기 위해 보병을 파견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하마스가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삼고 있기 때문에 조치를 취하더라도 민간인 사망자가 계속 속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
5월 12일
수요일 새벽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경찰과 보안 시설을 표적으로 삼아 몇 분 동안 수십 건의 공습을 가했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내무부 대변인은 “공습으로 가자 지구의 중앙 경찰 본부가 파괴됐다”며 “이번 공습으로 하마스 지도부 등 16명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주요 공습으로 12층 건물이 무너졌고 가자지구의 9층 건물도 타격을 입었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건물에는 하마스의 주요 사무실, 병원, 체육관, 기업 등을 비롯해 정보국과 전략 사령부가 있었다. 폭격 전 민간인의 탈출을 위한 경고 사격이 있었고 사상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폭격 직후 하마스는 “공격을 재개 하겠다”고 발표했다. 로켓 공격으로 이스라엘 도시인 로드에서 4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군은 “수백 개의 로켓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됐다”고 밝혔으며 하마스는 “고층 건물의 파괴에 대응해 이스라엘의 실질적인 수도 텔아비브를 향해 130발의 로켓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의 사망자 수는 10명의 어린이를 포함, 35명의 팔레스타인인으로 증가했고 200명이 넘는 부상자가 확인됐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서안지구에서 한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헤브론 남부에 위치한 난민 수용소의 이스라엘 군대와 충돌해 사망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대전차 미사일로 인해 한 명의 이스라엘 군인이 사망, 3명의 군인 부상자가 발생했다. 화요일과 수요일 초 하마스의 로켓 발사로 여성 3명과 어린이 1명을 포함한 5명의 이스라엘인이 사망했다.
5월 13일
팔레스타인 폭도들과 이스라엘 인종주의자들의 폭력 사태도 증가했다. 이들은 자동차 방화, 무차별 폭행 등 서로를 목표로 한 테러 행위를 일삼았다. 이스라엘 경찰은 “수요일, 전국에서 폭동과 소란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약 400명의 사람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계속되는 무정부 상태에서 이스라엘 경찰은 분쟁 발생 도시에 야간 통금 시간을 부과했다. 시위의 불길은 유고슬라비아, 세르비아의 팔레스타인인, 방글라데시의 무슬림에게도 번졌다.
월요일의 로켓 공격 이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전투기가 14층 건물에 폭탄 2개를 투하, 파괴한 공습이 있었다. 이 건물에는 하마스의 위성 TV 채널을 위한 사무실과 기업이 들어서 있었다. 하마스는 수요일 공격에 대응해 이스라엘을 향해 130발의 로켓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 공격으로 인해 이스라엘의 정유공장에 화재가 발생했다.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공습과 자주포 포격, 하마스의 로켓포, 박격포탄에 사망자 수는 급증했다. 가자 보건부는 “사망자 수가 어린이 28명을 포함해 109명으로 증가했으며 621명의 부상자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에서는 6세 소년을 포함해 7명이 사망했다.
5월 14일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3발의 로켓이 발사됐음을 확인했다. 여러 의혹에 대해 이스라엘군은 “다른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분쟁에 참여한 것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로켓은 하마스가 발사한 것을 추정된다. 이스라엘 공군은 하마스의 지하 로켓 생산공장에 공습을 가했다. 이 공습으로 수십 명의 하마스 군인, 고위 관리가 사망했다. 총 160대의 이스라엘 전투기가 150개의 목표물에 450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공격은 약 40분 동안 지속됐다. 하마스는 기존의 로켓보다 사정거리가 긴 미사일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진행했다. 양측간 총 사망자는 어린이 31명과 여성 20명을 포함해 최소 126명으로 증가했으며 최소 900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5월 15일
이스라엘은 AP통신 등의 언론사가 입주하고 있는 가자지구의 12층짜리 미디어 타워 건물, 기타 여러 사무실과 아파트를 공습해 파괴했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언론사를 방패 삼아 입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해당 건물을 약 15년간 사용해 온 AP 통신은 “건물에서 하마스를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이 공격은 언론인 보호 위원회의 비난을 받았다. 국경 없는 기자들은 국제 형사 재판소에 전쟁 범죄 수사를 촉구했다. AP 통신의 CEO는 "이스라엘 군대가 가자지구에 있는 AP 통신국과 다른 뉴스 기관이 있는 건물을 목표로 삼아 파괴했다는 사실에 뉴스 에이전시가 충격과 공포를 느꼈다"고 말했다.
서안지구에서 사살된 팔레스타인인의 수가 13명으로 증가했다. 전부 이스라엘 경찰과의 충돌 과정에서 사망했다.
5월 16일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는 "AP 통신 건물은 정당한 타겟"이라며 전날의 가자지구 폭격을 옹호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 내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외상 및 화상 진료소, 멸균실과 대기실이 파괴됐다.
이스라엘에 2,000발 이상의 로켓이 발사됐으나 절반 이상의 로켓, 미사일, 박격포탄이 이스라엘의 방공망에 의해 요격됐다.
지금까지 이스라엘에서 10명이 사망했으며 로켓과 박격포 파편으로 최소 10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가자 지구 보건부는 “가자지구에서 어린이 61명, 여성 36명을 포함해 최소 212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 1,400명 이상의 부상자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5월 17일
당일 새벽 이스라엘의 공습이 또 다른 하마스의 지하 시설을 타격했다. 54대의 이스라엘 제트기가 110개의 폭탄을 투하했다. 이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850개의 로켓을 파괴하고 로켓 생산 공장에 대한 공격으로 현지 로켓 제조 능력을 심각하게 저하시켰다”고 추정했다. 하마스 사령관의 집과 하마스의 군사 정보부에서 사용하는 집도 폭격의 대상이었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보건부는 전투로 인한 팔레스타인인의 사망자 수가 198명에 이르렀으며 약 1,3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음을 밝혔다.
5월 18일
팔레스타인 정당 파타는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서안지구에서 총파업을 선언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사람들 또한 참여하도록 독려했다. 시위와 파업이 있는 날, 이스라엘군과의 충돌로 팔레스타인 남자 1명이 사망, 7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2명의 군인 부상자가 발생했다.
5월 19일
하마스의 수요일 밤까지 계속된 로켓 발사에 이스라엘 의료진은 “이스라엘 남부 도시에서 72세의 남성이 중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남성과 두 살 난 딸, 임신 중인 그의 아내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하마스 해군이 사용했던 건물이 이번 공습의 목표였다. 또 다른 가자지구의 무장단체인 이슬람 지하드의 지도자는 이스라엘과의 휴전에 대해 “정치적 회담이 결렬돼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자위권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던 바이든 정부는 “이스라엘의 민간인 사살에 대해 더는 지지할 수 없음”을 밝혔다.
5월 20일
중재국들의 중재 아래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의 휴전 합의로 11일간의 피의 전투가 막을 내렸다. 그러나 휴전 이후 불과 몇 시간 만에 성전산의 모스크에서 이스라엘 경찰과의 충돌로 2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다치고 16명이 체포됐다. 휴전 이후 양국은 서로 이번 전투에서 이겼음을 주장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피해 규모, 전후 상황
현지 매체와 UN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방위군은 1,500개 이상의 표적을 공격했고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4,300개 이상의 로켓을 발사했다. 이로 인해 최소 300명 이상 사망, 수천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하마스는 약 4,360발의 로켓을 이스라엘 영토로 발사했고 하루 평균 400발에 가까운 로켓이 발사됐다. 이에 어린이와 민간인을 포함한 이스라엘인 13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 시민들은 전투 중 발생한 재산 피해에 대해 3,424건, 자동차 손상에 대해 1,724건을 청구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248명이 사망, 1,9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그중 129명 이상이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이다. 서안지구에서 26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 5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나왔다. 동예루살렘에서 1,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이 경, 중상을 입었다.
수억 달러의 재산과 인프라 또한 손상되거나 파괴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 인도주의 업무 조정 사무소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 258개 건물에 있는 1,042개의 주택 및 상업 단지가 파괴됐고 769개의 빌딩이 손상됐다. 53개의 교육 시설, 6개의 병원도 손상됐다. 파괴되거나 파손된 건물 중에는 언론 매체가 상주하는 빌딩이 포함됐다. 이에 국경 없는 기자회는 국제 형사 재판소 검사에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성명을 발표했다.
유엔은 “이번 사태가 가자지구의 중요한 민간 인프라에 심각한 피해를 줬으며 수십만 명의 식수, 위생 및 위생 서비스에 영향을 미쳤다” 며 “해안 지역에 거주하는 약 80만 명이 수돗물을 정기적으로 이용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기구(UNRWA)의 대변인은 “가자지구의 코로나바이러스 테스트 연구소가 폐쇄돼 바이러스를 근절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고 이스라엘의 공습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코로나바이러스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자지구의 누구라도 바이러스에 대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엔 인도지원조정국(UNOCHA)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 살해된 248명 중 최소 129명이 민간인이며 그중 66명은 어린이였다. 398명의 여성, 940명의 남성 부상자 또한 확인됐다. 또한 이번 무장충돌 중 71,000명의 이재민이 있었다고 추정된다.
하마스의 정보 사무소는 “가자지구의 인프라 및 건물에 대한 직접적인 물질적 피해가 총 25억 달러에 달했으며 주택과 비정부 기관의 사무실에 약 9,200만 달러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영토 전역에 있는 50개 이상의 학교가 손상, 최소 6개 이상의 학교가 파괴됐다. 수리가 진행되는 동안 약 42,000명의 어린이에게 교육이 중단될 것이다.
이번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무력충돌은 시민들에게 혼란과 공포를, 아이들의 삶과 미래에 불안을 낳았다. 팬데믹인 지금 각 정부는 방역과 평화 유지, 피해 복구란 과제를 안고 있다. 더 이상의 피비린내 나는 살육극을 막기 위한 양국의 노력이 절실한 때다.
권용빈 기자 dragonstar0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