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청년들, 이제는 사회적 관심이 절실한 때
외로운 청년들, 이제는 사회적 관심이 절실한 때
  • 이서연
  • 승인 2021.06.01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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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청년들을 청춘, 열정, , 희망, 미래의 단어로 포장한다. 기성세대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로 청년들의 아픔을 그저 성장통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최근 2030 세대 청년들의 고독사 건수가 급증했다. 고독사의 대상을 고령층으로만 볼 수 있으나 더 이상 고독사는 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자료=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무연고 사망의 증가 추세를 보임)
무연고 사망의 증가 추세를 보인다. (출처=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청년들의 우울감에 무관심한 사회

청년 고독사가 점점 증가하고 있으나 사회는 고독사 자체에 무관심하다. 고독사의 개념, 기준 그리고 통계자료를 찾기 어려운 현재 상황이 무관심의 지표라고 볼 수 있다. 정부가 고독사의 개념과 기준을 정립하지 않아 고독사의 범주가 애매하다. 보건복지부, 통계청 등의 사이트를 찾아봐도 고독사와 관련된 통계자료가 없어 현황마저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고독사 현황을 무연고 사망자의 수로 추정하는 수밖에 없다. 무연고사는 장례를 치러야 하는데 인도받을 사람이 없는 경우고 고독사는 혼자 죽음을 맞이한 후 사망이 나중에 알려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두 개의 사망 유형은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다른 개념이기에 고독사의 개념과 기준을 확립하고 그에 따른 통계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지난 57()에 방영된 KBS 프로그램 <시사 직격>2019년과 2020년에 발생한 전국 변사사건의 경찰 기록 104,845건을 입수해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실, 전문가와 함께 고독사 사건을 분석했다. 경찰의 변사현장감식 보고서 중 부패, 악취, 구더기처럼 고독사가 확실시되는 현장을 분석한 결과 2019년에 3,704, 2020년에 4,196건이 발생했다. 하루 평균 11명의 고독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연령별로는 2020년 서울시에서 발생한 고독사 790건 중 30대 이하가 73건으로 30대 이하의 청년 고독사가 약 10%에 육박했다. 서울시 연령대별 고독사 중 자살률은 2019년에 30대가 34.1%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20대가 27.8%로 그 뒤를 이었다. 2020년 역시 30대가 가장 높은 41.2%를 그 뒤로 20대 는 40.9%를 차지했다. 일 년 사이 2030 세대의 자살 고독사 비율이 상당히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출처=KBS 프로그램 시사 직격. 72회. 2021.05.07.(금) 방영)
(출처=KBS 프로그램 시사 직격. 72회. 2021.05.07.(금) 방영)

 

청년들의 고독사 현장

YTN news '아무도 몰랐던 죽음, 청년 고독사'에서 특수청소사업을 운영하는 길해용 대표는청년 고독사 현장 대부분은 2, 3평의 원룸이며 집안에는 가구나 옷가지가 별로 없고 조촐한 물건들만 보였다고 밝혔다. 2030 청년 자살현장의 공통점은 사람들과 교류한 흔적이나 취미와 관련된 물건 대신 취업 준비 서적, 토익 교재, 마음을 다잡기 위한 문구를 적어놓은 포스트잇이 대부분이다. 냉장고는 보통 텅 비어있고 인스턴트 식품과 배달 음식 용기가 쌓여있어 직접 밥을 해 먹은 흔적이 없다. 게다가 죽음은 가족과 지인이 아니라 악취로 인한 이웃의 신고 혹은 공과금 미납과 채무로 인한 집주인이나 채권자의 연락으로 발견된다. 이어 길해용 대표는 고독사 현장으로 청년자살의 원인 대부분을 취업과 우울증이라고 짐작했다.

 

고독사 이전의 고독생

청년 고독사 현장은 이들의 고독생을 보여준다. 청년들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할 나이다. 그러나 몇몇 청년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학업과 취업 준비의 매진으로 사람과의 접촉이 단절된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진 청년들은 고립돼 깊은 우울감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삶을 살게 된다.

 

청년 고독사의 사회적 원인

청년 고독사의 큰 원인은 ‘1인 가구의 증가.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1인 가구 수는 614만으로 10가구 중 3가구가 1인 가구인 셈이다. 2030 청년들의 높은 1인 가구 비중은 청년들이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정체성을 형성하고 사회적 경험을 쌓기 어려움을 암시한다. 더불어 청년들이 우울증, 외로움 그리고 무력감을 만들어내는 환경에 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심리적으로 고립된 환경은 청년들의 외로움 증폭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다른 원인은 우리나라의 높은 실업률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말 기준으로 25세에서 39세 가운데 취업해 본 적이 없는 청년이 2019년은 231천 명이었고 2020년에는 2019년보다 56천 명이 증가해 287천 명을 기록했다. 기존에도 높았던 실업률에 코로나19 상황까지 겹치며 청년들은 구직 기회를 얻기 어려워졌다. 높은 실업률은 불안정한 일자리 상황과 경제적 빈곤을 만들어 청년들의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을 유발할 수 있다. 삶에 대한 열정과 의욕을 빼앗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부족한 청년 복지 시스템도 청년 고독사의 원인 중 하나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회적 취약계층에 집중된 사회 복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실제로 노년층의 고립과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AI 인공지능 돌보미,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 좋은 날 영양죽 배달 사업, 반려 동식물 지원사업 등이 시행되고 있다. 중년층을 대상으로는 ‘1인 가구 안부 확인 서비스, 1인 가구 한 끼 밥상, 꿈꾸는 음악학교 등이 시행되고 있다. 반면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제도는 박물관 랜선 투어, 소이캔들 만들기 모임 등으로 복지제도의 수가 노년층과 중년층에 비교했을 때 상당히 적다. 청년들을 위한 제도가 시행되었음에도 청년 고독사가 꾸준히 증가한 것을 보면 이러한 제도들은 실질적으로 청년들의 심리적 고립의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정부, 지난 4월 고독사 예방법 시행해

20212월 일본은 고독, 고립 대책을 담당할 정부 부처와 장관직을 신설했다. 영국은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 담당 장관과 정부 부처를 신설했다. 두 나라 모두 고독사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로 인식하고 고독사를 정부의 차원에서 해결해 나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지난 41()부터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시행했다. 법적 근거를 규정해 국가적 차원으로 고독사를 예방하고 국민 복지 증진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이제는 청년들의 아픔에 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내가 먼저 주변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보고 친구를 외로움에서 구출해줄 수 있는 사람이 돼보자, 반대로 내게 외로움의 순간이 찾아오면 비관하기보다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사소한 계획이라도 세워 실천해보자. 주저하지 말고 주변의 도움을 요청해보는 것도 좋다. 법률과 복지 시스템 그리고 개개인의 노력이 합쳐져 청년 고독사가 줄어드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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