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한 선택의 기로 속, 끊임없는 자기검열
무수한 선택의 기로 속, 끊임없는 자기검열
  • 홍수빈
  • 승인 2021.05.21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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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검열: 나의 선택과 행위, 말 등의 것들을 되돌아보고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택지인지 따위를 짚어보는 것.

 

침묵하거나 "아무거나"라고 말하는 것은 쉽다. 상대의 의견에 대한 동의를 뜻하기 때문이다. 내 선택에 따라 결과가 뒤바뀔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고 내 선택으로 누군가의 감정이 상할 일도 없다. 쉽게 골라내지 못하는, 선택 장애를 앓고 있던 내가 택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계속 이런 식으로 살다가는 진짜 내 삶을 살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는 영화의 주체가 내가 아닌 타인에게 맞춰진다는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으니까 검열을 굉장히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즐겨보는 유튜버가 영상에서 한 말이다. 선택의 기로에서 확신에 찬 행동을 못하고 누군가에게 선택권을 떠넘겼던 과거의 내 모습은 자신에 대한 신뢰 부족에서 나온 것이었을까.

나는 학창 시절에 선뜻 내 주관과 의견을 외치지 못했다. 정답이라는 틀에 내 생각이 꼭 들어맞아야만 하는 줄 알았다. 선택에 대한 끝없는 불안과 의심, 정당성과 타당성을 찾으려는 불신 섞인 태도가 "아무거나"를 외치는 습관을 만들었다. 새드엔딩이든 해피엔딩이든 내가 고른 선택지가 야기할 결과와 나를 따라다닐 타인의 시선이 무척이나 두려웠나 보다.

사실, 검열이라는 단어가 주는 긍정성은 많다. 상황에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수단이 되며 자신의 능력치를 가늠하는 자기반성적인 검열은 스스로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인간관계에 있어 상대에게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한 배려 섞인 행위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극심한 검열은 주장에 대한 확신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 자신의 주장에서의 정당성만 찾으려 발을 동동 구르다 보니 본질을 읽거나 원치 않았던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하지만 내 선택의 결과에 대한 타인의 질타와 책망섞인 시선에 지레 겁먹어 자신의 선택을 확고히 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검열하는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 없이 본인의 의사 결정에 대한 검열을 많이 해왔던 지난날의 내 모습을 보며 앞으로의 우리 그리고 검열 속에서 살아가는 다른 이들에게 '본인의 느낌과 생각을 믿어 의심치 말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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