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그 심리를 말하다, 오윤성 교수
"범죄" 그 심리를 말하다, 오윤성 교수
  • 홍수빈 기자
  • 승인 2021.04.27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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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오윤성 교수
사진=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오윤성 교수

Q. 안녕하세요. 교내 언론사 <순천향대 신문> 홍수빈 기자입니다. 본격적 인터뷰에 앞서, 바쁘신 와중에도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신 점 정말 감사합니다. 먼저 간단한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순천향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경찰행정학과 오윤성 교수입니다. 지면을 통해 만나 뵙게 되어 기쁩니다. 우리 대학 경찰행정학과가 뿌리를 내릴 즈음 부임해 1기 학생부터 가르쳐 온 지 벌써 2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우선, 우리 경찰행정학과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도록 성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순천향의 많은 분들께 마음을 담아 감사드립니다. 학과가 만들어진 이후 졸업생 중 많은 인원이 경찰, 검찰 등 형사사법기관을 비롯해 학계, 일반 공무원 등으로 진출하여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4~5년 동안 경찰 간부 후보생, 교수, 변호사 등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을 갖춘 순천향인들이 배출되고 있는 가운데 후배 학생들이 선배들의 뒤를 따라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모습은 저의 보람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03학번으로 입학해 순천향 가족의 일원으로써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제 딸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순천향으로부터 많은 은혜를 받아온 것에 대하여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Q. 교수님께서는 국가인권위원회 자유권 전문위원 군 의문사 진상규명 위원회 심리부검 위원 등을 역임하시고 육군 발전 자문위원 경찰청 과학수사 자문 위원 한국범죄심리학회 자문 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더불어, 현재까지 범죄 심리 전문가로서 여러 사건에 대한 프로파일링을 위해 <그것이 알고 싶다>를 비롯한 각종 뉴스 등에서 방송 활동을 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범죄 심리 분석 연구를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A. 미국 연방 수사국(FBI)에서 범죄 프로파일러로 활약했던 로버트 레슬러(Robert K.Ressler)라는 분의 저서를 젊은 시절에 접하면서 인간이 범죄를 저지르는 심리 과정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이어서 범죄학이라는 학문이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하던 1980년대 초 범죄학의 길로 들어섰고 범죄 심리와 관련된 다양한 사건들을 본격적으로 분석하게 됐습니다. 제 전공이 사회를 조금이라도 밝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최근에도 노원구 세 모녀 스토킹 살인 사건, 정인이 아동 학대 사건, 구미 3세 여아 사건 등 사회적으로 크고 작은 이슈가 됐던 각종 분야의 범죄들을 분석하셨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을까요? 더불어, 사건을 프로파일링 하시는 과정에서 겪으신 어려운 점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분석했던 여러 사건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단일 사건으로 가장 많은 경찰력이 동원됐으나 공소시효 만료로 인해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다가 지난 2019년 진범이 밝혀진 '화성 연쇄 살인사건'입니다. 국내에서 발표된 화성 연쇄 살인사건 관련 논문은 두 편으로, 두 편을 2006년도, 2011년도에 쓰게 됐는데요. 2000년대 초 우리 대학에서 시작했던 '열차 강의'를 통해 이 사건을 주제로 10여 년간 영통심(영상을 통해 본 범죄 심리) 강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경부선 좌우를 가리키며 사건 현장을 설명하던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2006년에 만료되어 검거한다하더라도 법적 처벌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 학회에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돼 2010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800회 특집에 출연한 후 2011년 두 번째 논문을 발표하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2019년 DNA 분석으로 진범이 밝혀지게 됐는데 제 논문들이 수사과정에서 활용되는 과정에서 진범 이춘재의 입을 통해 드러난 범죄 사실이 논문에서 분석되었던 범행 예측과 일치해 여러 매체에서 특종으로 보도된 일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범죄학자로서 범죄 분석이 현실적으로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된 사례이므로 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러나 프로파일링이 모든 범죄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많은 자료가 입력되어야 프로파일링 과정을 거쳐 결과가 도출되는 것입니다. 입력 자료가 충분하지 못하면 제한된 자료만으로 예측과 분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Q. 2017년 7월에 <범죄는 나를 피해 가지 않는다>라는 저서를 쓰셨습니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양한 형태의 범죄 중에서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만을 다루셨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A. 요즘 한국 사회는 범죄 관련 보도로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습니다. 특히, 과거와는 다르게 최근 범죄는 질적으로 대단히 지능화되고 잔혹해지고 있습니다. 범죄 특성상 끊임없이 진화를 하고 있다는 것이죠. 범죄학적 측면에서 범죄자가 대상을 선택하는 기준은 철저하게 '자신보다 약한 대상'입니다. 국내 강력 사건 범죄 피해자 10명 중 9명이 여성이라는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실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고 성적 대상화가 될 수 있어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범죄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고 남성들이 범죄 피해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건 아닙니다. 남성 주변에는 어머니, 아내, 딸, 여동생, 여자 친구 등 많은 여성이 존재합니다. 가까운 여성들이 범죄 피해를 입고 난 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은 안타깝고 무력한 표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단순히 여성만을 위한 책이 아닙니다. 한 사람 또는 나아가 한 순식간에 한 집안을 악이 구렁텅이에 빠뜨릴 수 있는 (범죄 피해 당시의) 순간과 고비를 지혜롭게 넘길 수 있는 대안을 생각하면서 이 책을 쓰게 됐습니다.

 

Q. 교수님의 저서에서는 "(범죄가) 피해자에게 원인 제공의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닌, 범죄 동기화된 범인의 머릿속에서 작용하는, 즉, 범죄 먹이를 바라보는 해석 프로그램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이 세상에 범죄 피해를 당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범죄 피해 대상으로 선택되는 것은 전적으로 범죄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이루어지기에 범죄 발생의 책임은 당연히 범죄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결과적으로 피해자의 운명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범죄자에 의해 결정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범죄 예방을 위해서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대상들, 특히 여성들은 이런 상황에 맞서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가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범죄 발생에 대한 관심과 범죄 예방을 위한 유용한 정보를 사전에 습득하고 요령을 터득해야 합니다. 또한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에 일상 속 다양한 상황에서 이를 실제로 실천하는 것. 즉, 끊임없이 점검하고 확인하는 활동을 하면 할수록 확률적으로 범죄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 세 모녀 살인사건을 비롯한 '스토킹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는데요, 교수님께서는 지난 6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사람과의 소통이 단절돼 있을수록 범죄가 극단적인 사례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극단적인 범죄의 원인인 소통의 단절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게 필요하고 연구돼야 한다고 보시나요?

A. 철학자 키에르 케고르(Soren Aabye Kierkegaard)는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고독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했습니다. 즉,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고립된 상태에서는 살아가기 어렵다는 것이죠. 인터넷의 발달로 현대 사회는 가까운 자신의 부모, 가족 구성원, 친구들과는 소통하지 않으면서도 온라인 공간에서의 접촉을 통해 늘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이를 정상적인 사회적 활동이라고 착각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인터넷 활동에서 상대의 언행이나 반응을 혼자만의 망상 속에서 판단하고 분노하고 증폭시키는 반복적 과정이 과연 바른 행동인지 아닌지 인식조차 못 하게 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범죄로 연결될 가능성은 커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간 사이의 소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결국 지속적으로 사람의 향기를 느끼는 소통으로써 해결되어야 하며 소통의 단절은 결과적으로 범죄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인간 간의 관계를 재인식하고 이를 소중히 여기는 공감대가 사회 전반에 걸쳐 형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6번 질문에서 언급한 사건처럼) 남녀 사이의 데이트 폭력 및 데이트 스토킹 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유형의 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어린 시절 '애착'이라는 정서 발달의 핵심 요소에 대한 결핍 현상이 사회 곳곳에서 관찰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유년 시절 유아와 보호자 간의 관계를 통해 '초기 애착'이 형성되고 이것이 유아의 상호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만약 이 애착이 이뤄지지 못해 어린아이가 타인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고 이에 대한 분노를 느끼거나 저항을 하게 되면 '불완전한 애착 관계'가 형성된 것이죠. 애착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분리'가 있는데 분리는 애착이 방해를 받거나 애초에 애착이 형성될 수 없는 조건하에서 발생하게 됩니다.

데이트 폭력이나 스토킹의 범죄자들을 보면 남들로부터 거부를 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폭력 행동, 소유욕 등이 발동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스토커는 상대를 인간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소유할 수 있는 물건'으로 인식하고 이러한 점은 대단히 심각한 범죄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이 사람들은 상대의 감정이라던가 상황, 여건은 고려하지 않고 본인이 필요로 하는 순간에 '상대는 자신이 원하는 반응 또는 관심, 애정을 표현해야 한다'는 아주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분리 경험이나 애착 장애로 인해 집착하다가 상대가 원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그 사람에게 분노하고 해코지하는 형태가 습관화되는 과정을 통해 이런 유행의 범죄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Q. 교수님께서는 교내 강의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자발성만큼 무서운 원동력은 없다"고 강조하셨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A. 자발성이란 인간의 행동을 원하는 방향으로 추동할 수 있는 에너지입니다.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머리가 좋은 사람보다는 열심히 하는 사람이 그리고 단순히 열심히만 하는 사람보다 열심히 하면서도 그 상황을 즐기는 사람이 일에 대한 애정이 깊기 때문에 성취도가 높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서 자발성이라는 것은 어떤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그 고난과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에너지라는 것이죠. 그래서 여러분들이 어떤 직업을 택하고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할 때 자각, 그 자각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 요령이나 정보 습득 등을 자신의 상황에 대입시킨다면 진출하고자 하는 어느 분야에서도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겁니다.

 

Q. 경찰행정학과를 비롯해 범죄 심리 전문가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

A. 성인이 되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직업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각자 인생의 방향성이 결정된다는 거죠. 직업을 매슬로우(Abraham Maslow)의 '인간 욕구 5단계'에 대비시켜 설명하자면 1, 2단계인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는 의식주를 충족시키고 기본적 생활을 영위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직업이 필요하겠죠. 한 단계 더 나아가 남으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은 3, 4단계인 소속과 존경의 욕구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이 역시 직업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본인이 추구하고자 하는 자아실현이 이뤄지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살펴보면 여러분이 앞으로 가지게 될 직업이라는 개념이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직업을 설명하기 위해 직업의 3대 조건이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즉, 자발적인 것이 가장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남들로부터 그 직업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받느냐, 세 번째는 기본적으로 내가 생활할 수 있는 직업으로써의 경제적 적정선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범죄 심리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전문가가 되려는 입장에서 우선 국내에서 범죄 심리 전문가의 수요가 얼마인가에 대해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범죄 심리 전문가라는 영역이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수요가 많은 영역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범죄학 그리고 범죄 심리라는 학문영역을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던 미래의 직업에 접목해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범죄 심리 분야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면서 자신의 꿈을 이루고 현실적으로 직업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직업 예컨대 경찰, 검찰 수사관, 법무부 보호관찰관 등 형사사법 영역에서의 직업과 연계시켜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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