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프리랜서의 증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노동의 이미지를 떠올려보자. 아침에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버스나 전철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출근하여 상사 눈칫밥을 먹으며 버티다가 퇴근길에 술 한 잔 하는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는가? 흔히 노동자라고 하면 이렇게 출퇴근 시간에 '지옥철'에서 고통을 겪으며 직장과 집을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우리가 일하는 방식은 최근에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집이 곧 사무실인 사람들, 클라이언트에게 일정 기간 내에 결과물을 납품하여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 여러 클라이언트와 동시에 여러 작업을 병행하는 사람들, 이른바 프리랜서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출퇴근이 오히려 낯선 경험일 터이다.
프리랜서가 최근 증가 일로에 있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정보통신기술 발전이 큰 몫을 했다. 소형 컴퓨터, 스마트폰 등이 발전을 하면서 굳이 출근을 하지 않고 원거리에서 클라이언트와 연락을 주고 받으며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기기들 덕분에 프리랜서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코로나19의 전염을 차단하기 위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해서 비대면 업무가 증가한 탓도 있다. 기업은 원래 출퇴근을 하는 근로자들이 하던 일 일부를 떼서 비대면 업무에 특화된 프리랜서에게 주고 있다. 세 번째로 기업들은 인건비 절감의 차원에서 프리랜서를 활용하는 추세에 있다. 프리랜서는 일종의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근로자에게 보장해야 하는 4대 보험이나 퇴직금, 최저임금 같은 권리들이 면제되기 때문이다.
프리랜서(freelancer)는 정말 (free)할까?
프리랜서라고 하면 어떤 사람들이 떠오르는가? 다수의 클라이언트를 상대로 계약을 맺고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해 자율적으로 일하는 사람. 직장인 부럽지 않은 고액의 수익을 받으면서 일체의 간섭 없이 일하고 싶은 만큼 일하는 사람. 상사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직장에서의 온갖 인간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 한 마디로 프리랜서는 프리(free)하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하지만 프리랜서가 정말 프리할까? 이 글에서는 필자가 참여했던, 서울시의 2020년 프리랜서 실태조사 결과에 근거해서 프리랜서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이 조사는 서울시 소재 기업 및 공공기관에 용역을 제공하는 프리랜서 458명을 대상으로 했다. 프리랜서는 분명히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주 40시간 미만의 단기 근로가 절반 정도이고, 주 40시간 이상 주 52시간 미만으로 직장인만큼 일하는 프리랜서가 20%였다. 그러므로 프리랜서들은 대부분 직장인만큼 또는 그 이하로 일하고 있다. 나머지 시간을 가사 일에 쓴다면 일-가족 균형을 지킨다는 점도 프리랜서의 장점이다. 또 프리랜서는 근무장소와 시간, 일하는 방법을 스스로 정하다는 점에서도 자유로운데 실제 프리랜서들은 자율성, 작업시간, 근무환경에 대체로 만족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 자유가 반쪽짜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리랜서 조사에 응한 사람들의 20~30%는 클라이언트(또는 발주업체)에게서 여러모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었다. 클라이언트가 계약조건 외의 작업을 요구하고, 계약된 작업내용 이외의 작업을 요구하거나, 계속해서 결과물의 수정을 요구하거나, 아예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등의 일들이 있었다. 클라이언트에 비해 프리랜서가 약자이기 때문에 계약과 관련해서 온갖 부당한 일들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를 보면 확실히 프리랜서가 자유롭다고 할 수만은 없다. 권력을 더 많이 가지는 클라이언트 측에 의해서 프리랜서의 자유가 제약된다.
이 반쪽짜리 자유를 위해서도 프리랜서들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프리랜서들은 고용불안을 심하게 겪는데, 클라이언트와의 계약이 끝난 이후에 또 일감을 얻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소득도 불규칙하다. 프리랜서들은 평균적으로 최근 1년 간 4개월 정도 수입이 없었다고 응답했고 그 이유는 시장상황의 부진 때문이었다. 실제로 프리랜서들은 직업안정, 소득수준, 전망의 부재를 직업의 불만족스러운 점으로 꼽았다. 프리랜서는 4대 보험도 가입이 되지 않는데 고용보험은 90%가 가입하지 않았고, 건강보험은 절반이 지역가입자고, 국민연급도 미가입자가 60%가 넘는다. 프리랜서가 클라이언트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의지할 곳(노조)도 없는 것이 문제다. 실제 클라이언트의 부당한 대우를 그냥 참고 견딘다는 응답이 65%에 달했다.
프리랜서를 위해 나선 지자체들
이렇게 프리랜서라는 직업은 명암을 가지고 있다. 자유로운 만큼 불안정하고, 업무상 자율성을 누리지만 클라이언트의 무리한 요구를 참고 견뎌야 한다. 우리는 과연 프리랜서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최근 지자체들이 프리랜서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 손발 벗고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2020년에 프리랜서 권익 보호 및 지원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였다. 조례에 따르면 서울시는 서울시 소재 기업 및 기관에 용역을 제공하는 프리랜서에게 다음과 같은 지원을 한다. 서울시는 프리랜서 근무환경을 조사하고,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공정거래 지원센터를 만들어 노무상담, 불공정 피해 대책 사업, 교육훈련, 구직활동 지원 등을 해 준다. 우리 충남도 2020년에 프리랜서 권익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였다. 이에 따르면 프리랜서의 구직 활동, 교육훈련, 복지 증진을 위해 충남은 노력해야 하고, 프리랜서 지원 기구를 설치할 수 있고, 프리랜서 인식개선 캠페인을 지원할 수 있다. 이렇게 지자체들이 최근 프리랜서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과연 프리랜서의 노동환경이 얼마나 개선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