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순천향 창작문예 공모전 시 부문 가작 「집들이 파티」외 2편
제27회 순천향 창작문예 공모전 시 부문 가작 「집들이 파티」외 2편
  • 김은비(국어국문, 16)
  • 승인 2021.02.17 18: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집들이 파티

 

  급하게 기름을 닦아 낸 것이 화근(火根)이었다. 하필이면 감바스를 생각해 낸 것이 화근(禍根)이었다. 어려울 것 없지만 흔히 해먹는 요리가 아니라는 점이 단촐한 파티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마침 냉동실에는 칵테일 새우가 있었고 냉장고에는 마늘이 있었다. 한두 번 정도 썼던 올리브유도 있었다. 모든 것이 순조롭다고 생각했다. 순식간이었다. 기름을 붓다가 크게 튄 기름 방울이 원목 무늬에 스며들어 자국을 남길까 봐 급하게 닦는 사이에 가스레인지 불이 기름 가득한 후라이팬으로 옮겨 붙었다. 마른 걸레를 밟고 원목 무늬 판을 따라 주방 전체를 휘감았다. 하얀 시트지를 붙였던 상부장은 검은 그림자를 드러냈고 원목 무늬 판은 장작이 되어 불길을 더 치솟게 만들었다. 눈이 뜨거웠다. 녹아 흘렀다. 흐려진 시야 속에서 겨우 소화기를 꺼내 들었다. 장총을 겨누듯 소화기 호스를 불길에 겨누었지만 탄환 없는 총처럼 (나는 아직도 소화기의 안전핀을 뽑아 본 적이 없다) 소화기는 말을 듣지 않았다. 단총이어도 싱크대 호스를 잡아들었다면 괜찮았을까.

 

  파티는 끝났고 세상은 고요했다.

 


 

직선의 사랑

 

  어젯밤에 구름은 소멸의 버튼을 눌렀다, 기어코 비가 되기로.

 

  흐르는 시간은 붙잡아 둘 수 없어서 우리는 더욱이 웅덩이가 되기로 결심한다. 우리의 크기가 커져도 고여지는 건 시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즈음에, 기억들만 쌓여 있다. 같이 흘러가기 싫다는 듯이 지저분하게 엉켜서 나의 손을 꽈악, 붙잡고 있다. 나를, 버리지 마.

 

  수학 시간에는 평행의 개념을 배웠고 평행의 직선은 영원히 만날 수 없는 비극적 관계 (그런데 정말 비극일까?) 과학 시간에는 속도와 속력의 차이를 배웠다. 속력에 눈이 달린 것이 속도라고 그랬는데, 나와 당신은 같은 좌표 평면에서 다른 속도로 흐르는 점이었고 그렇다면 우리의 자취는 다행스럽게도 평행의 관계가 아니었구나.

 

  구름의 결정을 알 수 있는 우리는 없다, 내가 당신의 진행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우리가 맞닿을 수 있는 기회는 딱 한 번, 누군가는 운명이라고 부르는 그 교차점을 나와 당신은 너무 빨리 심어 두었다. 점점 멀어지는 우리는 변한 적이 없다. 그곳에 가까워지던 것과 한결처럼 떠나는 것이 직선의 속성. 단지 그럴 뿐이다. 당신이 떠나던 것과 마찬가지로 나도 어느새, 흘러가고 있다.

 

  당신은 비를 좋아해서 비가 오는 날이면 당신이 생각나고, 또 다른 당신은 비를 싫어해서 비가 오는 날에는 또 다른 당신이 생각난다. 어떤 당신은 비가 오면 울고 싶다고 했기 때문에 오늘도 울지는 않을지 걱정을 하고, 비를 흠뻑 맞고 싶다는 당신의 생각에는 감기나 조심하라는 걱정을 한다.

 

  어쩌다 내리는 비는 유난히 웅덩이를 소란스럽게 만들어서 심어 두었던 운명을 생각나게 하는 것처럼,

 

  우리 딱 그 정도만 그리워 하자.

 


 

uff

- unafraid failure

 

우리는

살아 있습니다

 

탄생 앞에서의 성공

그리고

죽음 앞에서는 실패

 

어느 실패보다도 큰

성공을 이미 거머쥐었고

 

어떤 실패보다도 큰

실패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그리하여

우리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