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특례 확대, 중요한 것은 기준
병역 특례 확대, 중요한 것은 기준
  • 박미나 수습기자
  • 승인 2020.11.0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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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3일(화), 병무청은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업무 보고 자료에 병역법 개정 항목의 주요 내용으로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의 징집 및 소집 연기"를 담았다. 이는 문화체육부장관이 추천한 자들의 대중문화예술 활동을 보장함으로써 국가 이미지를 높일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이다. 병역 특례를 대중문화예술 분야까지 확대하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그러나 병역 특례를 어떤 기준으로 부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더욱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병역 특례, 확대해야 하는가?

현재 병역법 시행령에는 스포츠 분야와 순수예술에 대한 특례 규정만 있다. 운동선수 중 올림픽 3위 이내 입상 혹은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는 체육요원으로 편입되고 순수예술인 중 국제 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혹은 국내 예술경연대회 1위 입상자(국제대회가 없는 경우) 등은 예술요원으로 편입된다. 해당자들은 4주간 기초 군사훈련을 받고 봉사활동 544시간을 채우는 것으로 병역 이행이 인정된다.

그러나 현재 국제적으로 많은 활약을 하는 대중예술인에 대한 규정은 없다. 이를 두고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의원은 "(축구선수인) 손흥민은 되는데 왜 BTS(방탄소년단)는 안 되냐"며, "이들에 대한 병역 특례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익 기여도가 높은 대중문화 예술인들의 병역 특례가 없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병역 특례 확대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대중문화예술 분야까지 특례가 확대된다면 일반인만 병역을 이행하도록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 오히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런 여론을 참작해 국회에서는 현재 병역 특례가 아닌 입영 연기에 대한 법부터 발의했다. 이후 병역법 제60조 제2항 입영 연기 대상에 대한 법률에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로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위 선양에 현저한 공이 있다고 인정하여 추천한 자’라는 항목을 신설될 예정이다. 대상자 추천 기준은 ▲ 문화예술 분야 3년 이상 종사자 ▲ 정부의 훈/포상 수상 경력자이다.

하지만 입영 연기로 그치기엔 대중예술인들은 음악, 영화 등 다양한 범위에서 국제적으로 크게 활약하고 있다. '기생충', '킹덤' 등 다양한 한류 콘텐츠 산업의 주목할 만한 성장에 힘입어 국제 지수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중문화산업과 관련된 '창의적 상품과 서비스 지수'는 23단계 상승해 19위를 기록했고 '영화 제작'은 9계단 상승해 13위,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 시장'은 19위를 기록했다. 논의의 중심에 있는 BTS(방탄소년단)는 지난달 빌보드 HOT 100 차트에서 1위를 달성했고, 우리나라에 미친 경제적 파급 효과를 분석한 결과 1조 7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대중예술이 우리나라의 경제와 국제적 위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가장 큰 걸림돌, 병역 특례 부여 기준

병역 특례 확대 논의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기준이다. 대중문화예술 분야는 공정한 심사를 전제로 자신의 실력만을 가지고 겨루는 스포츠나 순수예술 분야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분야는 자신의 실력만으로 인정받기보다 대중의 선호가 크게 작용한다. 특히나 BTS(방탄소년단) 같은 아이돌 가수의 경우 그 팬덤의 힘이 매우 중요해진다. 그들이 일궈내는 결과는 팬덤을 제외하고 논할 수 없다.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이룬 성과가 아니고 불특정 다수의 노력이 함께 들어갔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반감이 커질 수 있다.

또한, 대중문화예술의 경우 모두가 동등한 조건에서 실력을 겨루는 경기나 시상식이 없다. 자주 언급되는 빌보드 차트는 미국의 음원 차트고, 주된 이용자들 또한 미국인이다. 그렇기에 병역 특례 기준으로 세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대중문화예술인들이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대단하지만, 이를 보고 빌보드 차트를 병역 특례의 기준으로 세우자는 의견은 옳지 않다. 현재는 공정한 경쟁 공간의 부재로 병역 특례에 관한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설립하기에 어려운 실태이다.

그렇기에 더욱 엄격하고 확실한 기준이 필요하다. 병역 특례 확대는 대중문화예술인들의 업적을 인정하고 대중문화예술 시장을 더욱 넓혀나가 국가와 문화예술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또한 대중문화예술인들을 그저 '딴따라'로만 보는 차별적인 시선에서 '예술인'으로 인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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