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록
참회록
  • 이건혁
  • 승인 2019.04.03 2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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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자는 지겹다고, 그만하자고 한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이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내는 것은 다시 또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자 아무것도 못한 우리 사회의 반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화창한 날이었다. 누군가는 수업을 듣고 있었고 누군가는 일을 하고 있었다. 또 누군가는 잠에 취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날, 우리 사회가 그간 감춰온 모든 문제와 직면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는 컨트롤타워의 부재였다. 사고는 났는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국민 476명이 피해를 입고 그 중 304명이 사망했음에도 그저 ‘불운한 사고’로 몰았다. 구조도, 사고도 운이 안 좋았을 뿐이라고 했다.

  게다가 사고 직후 나온 ‘전원구조’ 기사는 언론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불분명한 정보를 단순히 퍼 나르기 바빴다. 검증은 없었다. 신속성 경쟁에 치우쳐 오보만 빠르게 전달했다. 언론 의미 자체가 흔들리는 일이었다.

  시신이 들어올 때마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비인도적인 행위도 일삼았다. 시간이 지나자 언론은 유족들의 보험료 지급문제를 의제로 설정했다. 시청률, 조회 수만 올라갈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서슴지 않았다. ‘기레기’라는 말이 유행했고 기자들의 직업윤리, 정신 등과 같은 기본적인 교육의 부재가 드러났다.

  그러나 이 모든 모습이 낯설지 않다. 우리 모두는 생활 곳곳에서 이미 이 모든 광경을 방관하고 있다. 평소에는 자기 지위를 이유로 별의 별 특권을 누리던 사람들이 사고가 터지면 ‘내 담당 아니오, 나는 몰랐소’ 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 성공 모델을 획일화 하고 학생들을 무한경쟁궤도에 몰아넣는 모습, 물질만능주의에 타인의 아픔은 외면하는 모습

  정말, 처음보는 것들인가? 우리 사회가 감추고 외면했던 문제들이 304명의 사람들에게는 죽음을, 또 수 천명의 사람들에게는 평생 지우지 못할 상처를 남겼다.

  불행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 때, 우리 사회의 문제가 누군가의 희생으로 돌아오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5년이 지난 2019년 4월, 지금도 참회록을 써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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