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들의 연이은 과로사, 관심과 대책 필요
택배노동자들의 연이은 과로사, 관심과 대책 필요
  • 이경민 수습기자
  • 승인 2020.10.27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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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온라인 쇼핑의 폭발적인 수요로 택배 업계는 코로나19 이후 찾아온 경제 불황 속에서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택배 시장의 성장은 택배 물량의 과도화로 이어졌고 택배노동자들은 늘어난 업무량에 고통을 호소한다.

국토부가 추석 성수기에 대비하여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음에도 이달에만 택배노동자 5명이 숨졌으며 올해 과로로 사망한 택배노동자는 지금까지 8명에 이른다. (10월 25일 기준)

택배 분류작업 중인 택배노동자들 (사진 출처 = NEWSIS)
택배 분류작업 중인 택배노동자들 (사진 출처 = NEWSIS)

'분류작업, 대가 없는 공짜 노동?

기업 소속으로 매달 지정된 레벨에 따라 일정한 급여를 받는 택배기사(쿠팡맨 등)도 있지만, 집배점과 계약을 맺어 개인 사업자로 분류되는 일반 택배기사도 있다. 이들의 월급은 고정적이지 않으며 배달 건수만큼 배송 수수료를 받는다.

택배노동자들의 업무 강도가 높아지는 원인으로는 당일 배송·새벽 배송과 같은 배달 시스템의 변화와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점으로 분류작업이 꼽히고 있다. 택배노동자들의 일주일 평균 노동 시간은 71시간으로 전체 업무량의 40% 이상(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의 발표)을 분류작업에 할애한다.

분류작업이란 배달 집하장에서 지역별로 분류된 택배 물건을 차에 옮겨 싣는 작업으로, 배송 건별로 수수료를 받는 택배 노동자들에게는 그저 대가 없는 공짜 노동이라고 택배노조는 주장한다. 분류작업은 수년째 과로사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이 문제가 택배회사와 택배기사 중 누구의 몫인지는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실제로 택배 관련 아르바이트는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악명이 높다. 택배 분류작업 경험이 있는 홍찬의(생명시스템, 15) 학생은 "다른 알바를 하면서 체력적으로 힘든 일을 많이 겪었지만, 분류작업은 쏟아지는 물량에 체력이 순식간에 바닥난다" "단기 알바라 다행이었지 일을 매일 하시는 택배노동자분들의 업무 강도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높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택배노동자들에게 딴 세상 이야기

일주일에 평균 71시간을 일하는 택배노동자들에게는 지난 2018년 도입된 주 52시간 근무제다른 세상 이야기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과로사 인정 기준을 직전 3개월 주 60시간 이상 노동 또는 직전 1개월 주 64시간 이상 노동으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택배노동자들 대다수가 과로사 인정 기준을 넘어설 정도로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리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하루에 드는 택배의 무게도 과로사의 주된 원인 하나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하루 누적 250kg 넘는 무게를 들지 않도록 지침하고 있지만, 지난해 과로사로 사망한 택배노동자는 하루 평균 642kg 택배를 상하차했다고 한다. 밖에도 택배의 분실, 파손 등의 책임을 노동자가 직접 부담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은?

택배노동자들의 사망 사고가 잇따르자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택배 서비스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택배 업계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자는 취지의 #늦어도 괜찮아 챌린지가 진행되면서 택배노동자들을 응원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어 택배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들도 발표되고 있다. 정부는 오는 12월까지 택배노동자들의 노동시간, 휴게, 건강검진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과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할 예정이다.

한편 택배 업계는 IT 기술을 활용한 기술적인 측면의 대책을 내놓았다. <한진택배>는 택배 자동분류기를 도입한 ‘메가 허브 물류센터’를 2023년 초에 개장할 예정이며 <롯데택배> 또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최첨단 물류 터미널을 구축에 나선다. <CJ대한통운>은 논란의 중심이었던 분류작업의 해결책으로 4천여 명의 인력을 추가 투입하고 산재 보험 가입을 의무화 하기로 했다.

 

이제는 오랜 시간 해결되지 않았던 택배 업계의 노동 환경을 개선해야 할 때다. 목숨을 잃는 택배노동자가 더이상 나오지 않도록 근본적인 해결책은 물론 택배노동자들을 향한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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