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모두가 코로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에
아직 모두가 코로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에
  • 전혜련
  • 승인 2020.07.01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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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66 번 고객님 아이스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6월의 어느 날 여의도의 한 카페. 영수증에 적힌 주문번호를 크게 부르며 커피가 나왔음을 알리는 직원의 목소리에, 픽업 대에서 커피를 가져가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켠다. 점심시간이라고 하기에도, 저녁 시간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오후 4시였지만 카페 안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지인과 수다를 떨거나 공부를 하는 모습은 1년 전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다만 사람들의 테이블 위 답답한 듯 벗어 던진 마스크만이 현 상황을 보여줄 뿐이다. 사람들과의 거리가 채 50cm도 되지 않는 실내에서 마스크를 올바르게 착용한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우리나라에서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이후 벌써 5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코로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이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코로나 이전의 시대로는 돌아갈 수 없는 것이 기정사실화되었다. 정부는 생활 방역 수칙 중 하나로 ‘거리두기’를 강조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코로나 초기에는 일명 ‘슬기로운 집콕생활’을 했다. 몇백 번씩 저어 먹는 달고나 커피가 유행하고 이런 일상들을 온라인에 공유하며 허전함을 달랬다. 그러나 코로나가 장기화 될수록 점점 답답함을 호소하고,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왜 사람들은 오랫동안 격리 생활을 할 수 없었던 것일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개인적으로 존재하고 있어도 끊임없이 타인과의 상호작용 속에 존재한다는 뜻이다. 물론 인터넷의 발달로 이러한 상황 속 대면 사회활동을 온라인 강의나 모바일 배송 등으로 보완할 방법이 있지만 완벽히 대체할 수는 없다. 우리는 여전히 출근하고, 마트를 가고, 식당을 가고, 세상은 쉼 없이 굴러간다. 아니, 이렇게 해야지만 세상이 굴러간다. 방역 당국, 확진자, 의료진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사람들이 코로나의 위험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본인들의 일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확진자의 소식이 들려오면 사람들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자신도 모르게 감염된 확진자에게 안타까움이나 쾌유를 비는 응원의 말보단 왜 하필 집에 있지 않고 그 장소에 있었는지, 왜 이전 확진자와 말을 섞었는지 등의 의문과 비난이 난무한다. 이들 중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거의 집 밖을 나가지 않았거나 정부의 생활 방역 수칙을 정말 철저히 단 한 번도 어기지 않고 지킨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단지 운이 좋았던 것은 아닐까? 내가 가는 회사에, 마트에, 카페에 다행히도 확진자가 다녀가지 않아서 감염되지 않은 것은 아닐까? (기본적인 생활 방역 수칙도 지키지 않은 채 광범위한 지역을 돌아다녀 수많은 n 차 감염을 일으킨 일부 확진자들은 예외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부모님, 배우자, 친구 혹은 돌고 돌아 나 자신이 감염될 수 있다. 누가 감염될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확진자 역시 가해자가 아니라 바이러스의 피해자다. 부디 심각한 병증이 없길 응원해주지 못한다면 적어도 비난은 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코로나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비난하는 상황 자체가 모순될 수 있다. 이를테면 서로 이웃 관계인 A와 B 중, 평일 내내 야외활동하는 사람 A는 운 좋게 감염을 피했고 일주일 동안 집에서 살다가 딱 한 번 밖으로 나간 사람 B가 하필 확진자와 접촉하여 감염되었다고 가정하자. 인터넷에는 B의 확진 소식이 삽시간에 퍼질 것이고, A는 그런 B에게 좋은 말을 하진 않을 것이다. 이 얼마나 모순적인 상황인지,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운도 지지리 없던 B는, 아픔과 억울함 속 응원의 한마디를 그토록 듣고 싶어 했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꽤 지났지만, 여전히 카페는 북적인다. 짐을 정리해 카페를 나오며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내가 쓴 글이 정상적으로 게시가 된다면 오늘도 나는 코로나를 운 좋게 비껴간 것이겠구나’. 모두가 코로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지금, 확진자에게 모순이 섞인 비난보다는 서로서로 힘이 되어주는 응원 한마디가 더 절실한 것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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