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화장실 몰래카메라(이하 ‘몰카’)로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했다. 우리 대학도 몰카로부터 안심할 수 없었다.
지난해 3월, 유니토피아 건물 5층 여자 화장실에서 몰카 촬영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페이스북 <순천향대 대신 전해드립니다>를 통해 제보됐다. 당시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던 여학생이 이상한 기분을 느껴 위를 올려다보니 누군가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학생은 급히 쫒아갔지만 끝내 범인을 잡을 수 없었다. 당시 두 차례의 화장실 몰카 점검을 했지만 결국 발견되지 않았다.
그해 8월 마지막 주, 우리 대학 모든 건물 화장실을 대상으로 몰카 점검이 이루어졌다. 단과대학 학생회에서 각 해당 건물을 검사했고, 나머지 건물은 총학생회, 총동아리연합회, 총대의원회가 점검했다. 이 점검은 3월 유니토피아 화장실 몰카 촬영 사건 이후 시작됐다.
하지만 올해 또 다시 화장실 몰래카메라 의혹으로 학생들이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도서관 2층 화장실에 또?
지난달 23일(토), 대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어플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 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바로 우리 대학 도서관 2층 화장실에 몰카로 의심되는 와이파이가 켜지고 있다는 글이었다.
필자가 몰카 의심 와이파이 발견자인 사회복지학과 학생과 인터뷰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23일(토) 오후 3시 도서관 도착 후 바로 화장실에 들러 휴대폰 데이터를 끄고 와이파이를 연결하려다가 몰카로 의심되는 와이파이를 봤다. 2층 열람실 바로 앞 여자 화장실 안에서는 2~3칸, 남자화장실 안에서는 4칸, 남녀 화장실 문 사이에서는 4칸의 와이파이가 잡혔다. 발견자 학생은 “와이파이 연결창을 켠 상태에서 열람실에 들어오니 해당 와이파이가 사라져 의구심이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같이 있던 친구에게 남자화장실에서 해당 와이파이 확인을 부탁하자 여자화장실에서보다 더 강하게 신호가 잡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열람실로 들어오니 역시나 와이파이는 다시 사라졌다고 한다. 발견자 학생은 “한 TV 프로그램에서 접한 몰래카메라에 대한 정보와 이번에 의심되는 와이파이가 비슷한 점이 많아 수상하게 여겨 <에타>에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게시물에 댓글을 단 한 익명의 학생도 해당 와이파이를 연결해 게이트웨이에 접속했더니 'IPcamera_WEP'이라는 식의 이름이 뜨는 것을 확인했다. 그날 오후 4시 45분경 해당 와이파이 신호는 아예 사라졌고 학생들의 궁금증은 커져갔다.
이를 본 중어중문학과 학생이 오후 5시경 경찰에 신고를 했다. 10분 정도 지나자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고, 점검 후 몰카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신고자에게 전했다. 당시 경찰은 “몰래카메라 송출기가 발견되려면 송출기가 들어갈 만한 구멍이나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도서관 화장실에는 그런 공간이나 구멍이 없다”고 전했다.
몰카 의혹 사건 이후?
사건 이후 25일(월), 도서관 측은 당시 휴일이라 직원이 상황을 바로 확인할 수 없었다며 당일 2시에 총학생회가 확인한 결과 몰래 카메라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공지를 올렸다. 총학생회는 학생팀의 연락을 받은 후 몰래카메라 탐지기로 도서관 해당 화장실을 모두 검사했다. 총학생회는 몰래카메라 검사 결과를 학생팀에 전달했다.
총학생회의 몰카 점검 사업 현황은?
지금까지 총학생회에서는 겨울방학과 여름방학에 분기별로 아산 경찰서와 함께 기숙사 및 도서관 화장실을 대상으로 몰래카메라 점검을 실시했다. 총학생회는 모든 단과대 건물을 검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고 단과대 학생회가 몰카 탐지기로 분기별 검사를 하도록 요청했다.
학생들의 심정은?
몰카로 의심되는 와이파이를 발견한 사회복지학과 학생은 “이미 와이파이가 사라져 그것이 몰카인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 알 수 없어 찜찜한 기분이 든다”며 “결과적으로는 몰래카메라가 발견되지 않았기에 지금은 마음 놓고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수시로 확인하고 신고를 해 빠른 조치를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고자 학생은 “몰래카메라는 우리나라에 만연한 현실이지만 그럴수록 당당하게 대응하고 싶은 마음에 신고를 했다”며 “다른 분들도 당당하게 대응했으면 좋겠고 앞으로 이렇게 의심되는 일들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몰카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몰카는 옷걸이, 라이터, 단추뿐만 아니라 생수, 커피, 샤워기 헤드 등 다양한 종류가 있고 유무선 인터넷과 연결되어있는 IP카메라를 해킹해서 타인의 일상을 촬영 유포하는 범죄가 있다. 이와 같이 와이파이 형태 몰카가 있다는 의심이 들면 와이파이를 켰을 때 그 이름이 특수문자와 섞여있거나 지나치게 길고 신호강도가 센지 확인해야 한다. 현재 몰카범에게는 5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지고 있다. 몰카를 촬영하는 것도 범죄이지만 그것을 공유하는 것도 유포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