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일이자 공휴일, 한글날을 맞이하여
국경일이자 공휴일, 한글날을 맞이하여
  • 김병훈
  • 승인 2019.10.19 2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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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은 지난 9일 한글날에 휴교했다. 캠퍼스와 대학가는 휴일을 만끽하듯 조용했다. 우리나라는 201311월에 개정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일요일, 국경일, 석가탄신일, 성탄절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했다. 이에 한글날은 국경일이자 법정공휴일에 해당된다. 국경일은 나라의 경사를 기념하기 위한 날이다. 그렇다면 한글날은 왜 국경일로 지정됐을까? 사람들은 보통 한글 탄생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라고만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한글날은 비단 한글 탄생을 기념하는 것뿐만 아닌 한글을 지켜온 이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날이다. 우리 대학은 한글날, 어떤 행사를 열었으며 또 다른 대학은 어떻게 한글날을 기념했을까?

 

지난 8, 홍보팀은 한글날 관련 (홍보팀이) 전달받은 내용은 하나밖에 없다고 전했다. 지난 10일 오후 430분경 개최된 외국인 백일장 대회가 우리 대학에서 실시한 한글날 행사 전부인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우리 대학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외국인 백일장 대회를 개최한 국제교육교류처는 유학생 대상이라 홈페이지에 공지하는 것보다 해당 국가 유학생들에게 각 국가별 언어로 전달하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본 행사는 우리 대학 유학생만 참여 가능했고, 재학생이 참여 가능한 행사는 없었다.

 

반면 아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는 한글 반포를 기념하고, 한글의 우수성과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한글날 정기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는 상지대학교 한국어문학과도 마찬가지다. 두 행사는 재학생이 주를 이루며 유학생을 위한 대회도 같이 운영했다. 전남대학교는 올해 573돌 한글날을 맞이해 전남대 국어문화원에서 광주시민들과 함께 한글날 행사를 열었다. 인하대학교 국어문화원도 청소년, 시민, 외국인들과 함께 한글날을 맞이했다. 재학생뿐만 아니라 지역과 연계하여 행사를 진행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훈민정음 해례본' 국보 70호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만든 원리와 용법이 담겨져 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훈민정음 해례본' 국보 70호,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만든 원리와 용법이 담겨져 있다.

한글의 역사

훈민정음은 1443년에 창제되어 1446년에 반포됐다. 반포 이후에도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한문을 썼다. 한글로 적힌 문서는 법적인 효력이 없었고 반대파도 많았다. 연산군이 통치하던 때를 포함해 19세기까지도 여자나 쓰는 문자로 인식됐다. 당시 조선은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에 문자를 만들고 사용하는 것은 중국에 반하는 문제라 여겼고, 양반은 서민들이 글을 배워 지식을 얻는 것에 반발했다. 훈민정음 초창기 용비어천가와 조선 중기 홍길동전이 한글로 쓰이면서 한글의 가치가 변화하였으나 영향력은 적었다. 하지만 용비어천가는 세종 때 선조 여섯 대의 행적을 노래한 서사시며 홍길동전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이기에 이러한 변화는 의미 있었다.

한글은 1차 갑오개혁(1894)에 칙령상 국문의 지위를 얻었고 한자와 혼용됐다. 189647, 서재필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신문이자 민간 신문인 독립신문을 창간했다. 독립신문은 한글이 널리 보급되는 계기였다. 후대는 독립신문창간에 의의를 두어 195747일부터 신문의 날을 제정했다.

한글은 1910·일 병합이후 다시 침체기를 겪게 된다. 보편화되던 한글은 1930년대 일제의 민족말살통치에 의해 선택과목으로 바뀌어 사실상 금지 언어가 됐다. 일제의 창씨개명으로 이름에서도 한글을 없앴다.

이러한 침체기에도 한글은 사라지지 않고 우리에게 알려졌다. 1921<조선어연구회>는 우리말과 글을 연구하고 강연하는 데 힘썼다. 또 잡지 한글, 조선말큰사전을 만들어 한글을 집대성했다. <조선어연구회>1942년 일제 탄압에 주춤했지만 해방 이후 <한글학회>가 책명을 큰사전으로 바꾸어 사전을 완간했다.

한글명칭은 1910년 최남선, 주시경 등이 쓰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한글은 국어’, ‘국문’, ‘한나라말’, ‘한나라글’, ‘한말’, ‘배달말글로 전해지다가 1913한글이란 말을 사용하게 되면서 후세까지 이어졌다.

 

한글날, 법정공휴일이 되기까지

한글날은 현재 공휴일로 지정되기까지 다사다난했다. 1926년 음력 929일에 잡지한글이 발행되면서 그 날을 기념하고자 가갸날’(한글날의 첫 이름)이 등장했다. 그리고 1928한글날로 개칭됐다. 한글날은 해방 후 양력 109일로 제정됐으며 1946년 법정공휴일로 지정됐다. 이어 1970년 공포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의해 관공서 공식 공휴일로 거듭났다.

하지만 1990년대 많은 공휴일이 산업 발전 장애를 초래한다는 일부 단체들의 반발로 한글날은 국군의 날과 같이 법정공휴일에서 일반 기념일로 바뀌었다. 이후 꾸준한 한글 단체의 노력으로 2005년 법률이 개정됐고 2006년에는 국경일, 2013년에 법정공휴일로 재지정 됐다.

 

전 세계 국가 수는 2019년 유엔(UN) 기준 195개국이 있으며 언어는 6,000여 가지가 존재한다. 이 중 대부분은 점점 퇴화하고 있거나 소멸할 위기에 처해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한글은 창제년도와 창제자가 명확한 몇 안 되는 문자로 평가받는다. 또 발음기관을 본떠 만들어졌기에 과학적으로도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우리 대학과 학우들은 한글의 우수성과 소중함을 깨닫고, 한글날을 법정공휴일만이 아닌 국경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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