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 프리(Barrier-Free), 우리 학교는 어디까지 왔나?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우리 학교는 어디까지 왔나?
  • 윤원섭
  • 승인 2019.09.30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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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직접 휠체어를 타보니, 건물 하나 들어가기 어려워

  44. 우리 대학 후문에서 자연과학대학까지 휠체어를 타고 오는 데 걸린 시간이다. 오르막길과 좁은 인도, 우리 대학 캠퍼스는 장애인의 자유로운 이동에 많은 제약이 있다. 이를 확인하고자 기자가 직접 휠체어를 타고 캠퍼스 곳곳을 돌아다녔다.

  먼저, 후문에서 미디어랩스까지는 총 15분이 소요되었다. 휠체어를 타고 미디어랩스로 이동하기도 전에 인도에서부터 이동이 제한되었다. 휠체어가 올라갈 수 있는 경사로가 없었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지나가는 학생에게 도움을 요청해야만 했다. 의료과학대학까지의 오르막길도 문제였다. 인도 사이사이에 심어진 나무 때문에 휠체어로 이동하는 것이 힘들었다. 인도의 폭이 휠체어와 딱 들어맞을 정도로 좁았고, 인도 노면이 울퉁불퉁하고 경사져 바퀴가 걸릴 때도 많았다. 혹여 보행자가 오면 휠체어는 진퇴양난에 처했다. 휠체어를 탄 경우 그나마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차도였다. 도로교통법상 휠체어나 전동 휠체어 모두 보행자로 분류되나, 차도로 내려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경사로가 없는 인도에 억지로 올라가는 것보다 차도를 이용하는 것이 한결 수월했지만 어디서 차가 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매 순간 긴장해야만 했다.

  학생회관과 대학원 건물은 장애인 화장실이 워낙 비좁아 휠체어로 어갔다 나올 수가 없었다. 국제교육교류처는 아예 경사로가 없어 진입 자체가 불가능했다. 미디어랩스와 향설생활관 등 비교적 최근 지어진 건물은 장애인 편의시설이 충분했다. 인문사회대학 같은 오래된 건물들은 그렇지 못했다. 셔틀버스나 통학버스를 이용하는 것은 아예 꿈도 꾸지 못했다.

  건물 입구까지 10초도 채 안 걸렸던 입구도 무려 5분이 걸렸다. 평소 몇 걸음으로 올라갈 수 있던 문턱이 휠체어를 타고 보니 너무나도 높은 장벽이었다. 우리 대학에서의 배리어 프리(Barrier-Free)가 여전히 멀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일상생활 속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없애자, 배리어 프리(Barrier-Free)

  배리어 프리(Barrier-Free)란 장애인도 편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물리적·제도적·심리적 장벽을 제거하자는 움직임을 말한다. 휠체어를 탄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편하게 살 수 있게 하자는 뜻에서 주택이나 공공시설을 지을 때 문턱을 없애자는 장애 친화적 운동을 전개하며, 세계 곳곳으로 확산됐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배리어 프리로는 경사로와 안전손잡이, 점자블록 등이 있다. 최근에는 문화생활에서도 장애인이 편하게 공연, 연극, 영화 등을 즐길 수 있게 장벽을 허물자는 식으로 개념이 확장됐다.

  이미 국내 많은 대학에서 배리어 프리(Barrier-Free)를 위한 환경 조성에 나서고 있다. 성균관대학교의 경우 도서관 출입 편의를 위해 출입문이 없는 개방형 열람실로 구성하고, 장애학생 전담 사서제를 운영하고 있다. 장애 학생 전용 좌석을 별도 지정하며, 전자독서확대기, 점자프린터 등을 비치하고 있다.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의 경우 학생회관 강당은 단차(段差)나 출입문 유효 폭의 제한이 없어 휠체어 진출입이 수월하며, 장애인 지정석은 출입구 및 피난 통로가 인접한 지점에 배치되어있다. 숭실대학교는 시각장애인 보행을 위해 모든 구간에 걸쳐 점자블록을 설치했다. 위 대학들 모두 2017년 장애 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에서 최우수 평가 등급을 받았다.

  교육부 산하 국립특수교육원은 3년마다 전국 대학을 대상으로 장애대학생 교육복지 지원 실태를 평가한다. 평가 내용은 장애학생 선발, 교수·학습, 시설·설비의 3개 영역이다. 우리 대학은 14년도와 17년도 평가에서 모두 보통등급을 받았다. 17년도 조사에서 충남권에 있는 4년제 사립대학 17곳 중 우리 대학을 비롯한 5곳은 보통 등급을 받았다. 단국대학교 천안 캠퍼스와 백석대학교 등 9곳이 우수 등급을 판정받았고, 나사렛 대학교만이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우리 대학, 2020년까지 배리어 프리(Barrier-Free) 공간 조성을 목표로 해

  2014년 실태 평가 이후 우리 대학은 장애시설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법적 최소 규정을 넘은 배리어 프리(Barrier-Free) 공간 조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재학 중인 장애학생의 유형 및 특징을 고려해 장애시설 및 학습권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한마루 식당을 비롯한 일부 건물들은 휠체어 이동이 편하도록 경사로가 만들어졌고, 인도와 접근로에 있는 단차(段差)는 순차적으로 제거되고 있다. 모든 단과대학과 기숙사 화장실 또한 리모델링을 거치고 있고 모든 계획은 2020년까지 마무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장애학생지원센터 박세아 담당자는 학교가 오래되다 보니 시설 부문 실태 평가에서 많은 지적을 받았다. 평가를 계기로 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도서관과 학생회관 그리고 기숙사를 우선적으로 장애 편의시설을 만들고 있다. 대강당의 경우 장애인 학생들이 원활하게 수업받을 수 있도록 지정좌석제를 만드는 방향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