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마음속으로 깊이 반성하여 살피는 것’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70)는 일본을 대표하는 문학인이다. 1979년 군상 신인 문학상으로 데뷔해 2009년 스페인 예술 문학 훈장, 2016년 안데르센 문학상까지 17여 개의 주요 수상 경력이 있다.
하루키는 5월 10일 발매된 <문예춘추 6월호>에 ‘고양이를 버린다-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내가 말하는 이야기’라는 에세이를 기고했다. 소학교 시절 아버지와 함께 고양이를 버리고 집에 돌아오니, 그 고양이가 집에 와있었던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해당 에피소드에서 ‘고양이’는 버리려 해도 다시 돌아와 있는 존재로 묘사된다. 작가가 직접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일제가 저지른 과오에 대해 성찰하지 않고 단순히 덮어두거나 도망간다면 어느새 다시 자신을 찾아온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에세이에서 하루키는 자신의 부친이 제국주의 시절 징병된 일본군이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일본은 과거사를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불쾌한, 그래서 눈을 돌리고 싶어지는 것이 있더라도 사람은 이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과거사 반성과 성찰에 대한 하루키의 목소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프랑스 팬미팅에서는 “바른 역사를 전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살아가는 방식이어야 한다. 자기 나라에 좋은 것만을 역사로 젊은 세대에 전하려는 세력에는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은 지난 4월 22일~26일 사이에 중간고사를 실시했다. 누군가는 안도의, 또 누군가는 좌절의 한숨을 내뱉었다. 성공적으로 시험을 치른 학우들에게는 칭찬의 박수를, 아쉬운 중간고사 결과를 딛고 기말고사를 역전의 발판으로 삼으려 하는 학우들에게는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난 이미 망했어.”
이 사설은 중간고사에 좌절하고 기말고사를 포기하려는 당신에게 전하는 글이다. 한 달여간의 휴식을 취하고 이제는 기말고사를 준비할 시점이다. 한 번의 좌절로 스스로를 한정짓지 말아야 한다. 과거의 실패는 되돌아보고 미래를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시험 하나에 하루키, 반성, 성찰 이야기까지 하면서 오바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독일과 달리 제국주의에 대한 반성이 없는 일본을 생각해보자. 단순히 제국주의 성찰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들이 모여 사회를 구성하듯 개인 성찰 및 반성의 부재가 일본 사회 성찰, 반성의 부재로 이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성찰과 반성은 반드시 대단한 일에서만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사소한 것부터, 개개인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침대정리부터 하십시오.”
윌리엄 맥레이븐 미 해군 제독은 텍사스 대학 졸업식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침대정리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바꿀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부터 갖추라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도 작은 것에서부터 실천해야 한다. 대학교 중간고사가 인생에서 작은 부분일지 모르나 작은 부분들이 모여 엄청난 영향력을 끼칠 것이다. 심지어 깊은 성찰과 반성에도 불구하고 기말고사에서 다시 넘어질지라도 우리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하루키가 주장하는 반성과 성찰은 단순히 피해자를 위한 행위에 머물지 않는다.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되돌아봄으로써 행위자의 발전을 이끌어낸다. 우리도 시험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답안지를 보고 좌절했을 교수를 위해서만 하지말자. 단순히 기말고사를 위해서도 하지말자. 더 큰 미래를 위해 성찰과 반성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