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 후문 버스정류장, 30~40여명의 학생이 줄을 서고 있다. 10분에 한 대씩 운영하는 학내순환 버스를 이용하기 위함이다. 버스가 정류장에 멈추자 학생들은 순서대로 버스에 올라탄다. 빨리 탄 학생은 앞좌석으로, 늦게 탄 학생일수록 뒷좌석에 자리 잡는다. 작년부터 이 풍경에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 몇몇 좌석이 일반 좌석과 색이 다른 것이다. 이 좌석은 환자나 장애인 학우들에게 자리를 양보해달라는 의미가 담긴 배려석이다.
교통 약자를 위해 만든 배려석
<삼보관광>은 2018년부터 우리 대학의 학내순환 및 셔틀버스를 맡고 있다. 배려석 역시 <삼보관광>으로 업체가 변경되며 같이 도입했다. 삼보관광 정유선 부장은 “학교 내 장애인들과 환자 학생들은 학내 순환 버스 이용에 많은 불편함을 느낄 것 같다”며, “요즘 대부분의 대중교통에 노약자석이나 임신부석처럼 교통 약자를 위한 자리가 따로 마련되어 있는 만큼 우리도 그 추세에 맞춰 배려석을 만들기로 했다”고 도입 취지를 밝혔다. 배려석은 한 버스당 총 2석으로 배정했다. 위치는 버스마다 대동소이하여 두 번째 열의 좌측 2자리인 경우가 대다수다. 다른 좌석과 구별을 위해 파란색 덮개를 씌웠다. 덮개에 ‘당신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라고 적힌 글씨를 볼 수 있다.
배려석을 모르는 학생들
그러나 학생 중 절반 이상이 <배려석>의 존재를 몰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학보사에서 우리 대학 학우들을 대상으로 4월 29일(월)부터 5월 1일(수)까지 3일간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53명 중 99명은 <배려석>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송버들(관광경영, 16) 학생은 “17년도부터 학교 버스 회사에서 근로하고 있지만, 배려석이 있는 줄은 몰랐다”고 답했다.
배려석, 실효성 있는가?
<배려석>을 알고 있는 학생 54명 중, <배려석>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은 5명에 그쳤다. <배려석>을 통해 몸이 불편한 학우에게 양보한 경험이 있느냐는 문항에는 4명만이 ‘있다’라고 답했다. <배려석>이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환자가 보여도 양보할 수 있을 만큼 버스 내 여유 공간이 나지 않아서’가 26명으로 가장 많았고, ‘배려석이 있는 버스가 부족해서’와 ‘학생들이 배려석의 존재를 몰라서’가 각각 21명, 7명으로 뒤를 이었다. 다리를 다쳐 깁스한 문용제(스마트자동차, 19) 학생은 “사람이 많은 시간에는 배려석에 앉아있는 사람이 자리를 양보해 줄 수 있는 공간이 나지 않고, 사람이 적은 시간에는 배려석 말고도 앉을 자리가 많다”며 “현재 운영 방식으로는 환자가 큰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을 말했다.
유명무실 VS 교통 약자 배려의 시발점
정유선 부장은 여유 공간이 나지 않아 양보가 어렵다는 지적에 “배려석이 있다고 꼭 양보해야만 하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며, “양보할 기회가 있을 때 좀 더 적극적으로 교통 약자를 배려할 명분을 만드는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배려석>이 너무 적지 않냐는 지적에는 “우리 회사는 학내 순환 버스보다, 표를 끊고 좌석제로 운영하는 셔틀버스가 더 많다”며 “셔틀버스의 경우, 정당하게 표를 끊은 학우도 자신의 좌석이 배려석이면 죄책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학내 순환 버스만으로는 10분에 한 대씩인 배차 간격을 감당할 수 없어, 셔틀버스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있다”며 “모든 학내 순환 버스에 배려석을 도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