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1일(목) 낙태죄가 헌법불합치판결을 받았다. 헌법불합치판결이란 어떤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지만 그 조항이 바로 사라지면 사회적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특정 시점까지 유효하다고 판단하는 결정이다. 특정 시점 이후로 위헌 조항이 개정되지 않으면 법적 효력을 잃게 된다.
이번에 헌법불합치판결을 받은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는 2020년 12월 31일(목)까지 개정을 해야 한다. 만약 법을 개정하지 않을 경우 2021년부터는 낙태 전면 금지가 풀리게 된다. 낙태죄는 폐지된 것과 다름없다고 볼 수 있다.
낙태죄란?
태아를 인위적인 방법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시키거나 약물 등으로 모체 안에서 제거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 모자보건법에서도 원칙적으로 낙태를 금지했지만, 근친상간·성폭행·산모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상황 등의 특수한 경우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형법에는 269조와 270조로 제정되어 있다.
<형법269조(낙태)>
1.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3. 제2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형법270조(의사 등의 낙태, 부동의 낙태)>
1.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2.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 없이 낙태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3. 제1항 또는 제2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4. 전 3항의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한다.
헌법불합치판결을 받게 된 과정은?
2012년 8월 여성의 승낙을 받아 낙태를 도운 의사, 조산사 등을 처벌하는 형법 270조 1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헌법재판소는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공익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사익보다 우선한다”며 재판관 4대 4의 의견으로 위헌의 기준인 6명에 미치지 못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판결 이후에도 낙태죄 처벌이 여성의 건강권과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측과 낙태는 명백한 살인이며 생명 경시 풍조를 조장한다는 측의 대립이 계속됐다.
이후 지난 2017년 2월 낙태수술을 67차례 해준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산부인과 의사 A씨는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결과로 이는 위헌”이라며 낙태죄 처벌 조항인 형법 269조와 270조가 위헌인지 확인해달라는 헌법소원을 냈다.
2019년 4월 11일(목)에 열린 헌법재판에서 총 9명의 재판관 중 헌법불합치판정 4명, 단순위헌판정 3명, 합헌판정 2명으로 헌법불합치가 확정되었다.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조항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냈다.
낙태죄 폐지 그 이후는?
하지만 낙태죄가 개정 없이 완전히 폐지된다고 해도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선 낙태 가능 기간을 언제까지로 정하느냐부터가 문제다. 의학계에서는 태아가 모체와 분리돼 독자적 생존이 가능한 시점을 22주 내외로 보고 있다. 따라서 22주 전까지만 낙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하는지 아니면 언제든 낙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또한 유산 유도제인 <미프진>의 국내도입도 문제다. <미프진>은 프랑스 제약회사에서 개발한 경구용 임신중절약이다. <미프진>은 임신초기(50일 이내) 혹은 최대 8주 안에만 복용하면 생리통 수준의 복통과 약간의 출혈로 90%이상 유산 성공률을 보여주는 약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구입 및 복용이 원천적으로 금지되어 있고, 수입 금지 품목으로도 지정되어 있다.
하지만 일부 <미프진> 도입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미 60여개 국가에서 판매를 하고 있고, <미프진>이 흡입식 낙태수술보다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미프진>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미프진>을 복용할 시,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구역질, 구토, 현기증, 심한 복통과 하혈 등을 경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낙태가 불법이었던 우리나라는 안전한 낙태를 위한 교육, 법, 사회문화적 기반시설이 부재하거나 미비한 상태이다. 현재까지 의과대학에서는 낙태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의 적용유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대책이 필요하다.
단순히 낙태죄가 폐지되었다고 임산부의 권리가 모두 보장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진정한 낙태죄 폐지는 이를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확충됐을 때 이뤄진다고 본다.
우리 대학 학생들의 생각은?
최이현(신문방송, 16)학생은 “낙태죄가 헌법불합치판결이 난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태껏 낙태죄는 여성에게만 죄인의 프레임을 씌우고 남성은 면죄 받는 형태였다. 또한 국가가 여성의 몸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며 선택권을 빼앗았는데 이제 그런 억압적인 법은 사라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태아가 생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태아가 어느 시점부터 생명인가를 규정하는 것도 개정안에 들어가야 할 사항이다. 태아의 생명권 침해라기보다는 낙태죄 폐지가 여성의 존엄을 위한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며 낙태죄 폐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서 “낙태가 합법이 되면 건강보험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모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수술인 만큼 국가에서 지원하고 보장해야 된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미프진>의 합법화도 찬성한다. 대신 이미 허용을 하고 있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많이 찾아보고 차용해야할 것 같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의사의 처방을 받고 의사 앞에서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하는데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용도로 악용될 가능성도 적고. 임신중절수술에 비해 부작용도 적다고 하니 <미프진> 합법화도 앞으로 이뤄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낙태법 폐지 이후의 문제에 대해 말했다.
비슷한 의견의 강대규(미디어콘텐츠, 14)학생은 “낙태죄 폐지는 필요한 과정이다. 당연히 태아의 생명권도 중요하고, 낙태를 합법화 했을 때 국민들에게 미치는 여파도 무시할 수 없다. 누구나 아이를 죽이기 싫고, 잘 낳아서 기르고 싶겠지만 그럴 현실이 안 되니까 낙태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이 없고 아이를 기를 정도로 사회가 안정되어 있다면 모를까, 현재 상황은 정반대가 아닌가. 산모의 생명과 건강, 삶도 생명권에 포함된다. 단순히 생명이 소중하다는 논리만으로 낙태문제를 바라보기엔 한계가 있다”고 낙태죄 폐지에 대해 말했다.
이어서 낙태죄 폐지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의료보험은 적용해야 한다. 낙태죄가 폐지가 된다면, 국가가 허가한 의료시술인데 보험을 적용해주지 않는 건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임신중절술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약물중절도 그중 하나이며, 의사의 판단에 따라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되면 사용하는 것이 나을 거라고 본다. 물론 이 약물은 국가에서 관리를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낙태가능기간은 주차별로 산모가 체감하는 정도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부담이 적은 기간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언제든 가능하게 만들면 괴로운 시술과정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 같다. 엄밀히 말하면 이건 산모의 몸이고, 산모가 결정할 일이지만 법적으로 기준점을 두어야 사람들이 따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재인(신문방송, 16)학생은 “그동안 낙태죄가 형법에 명시되어 있지만 암암리에 낙태가 이뤄졌었다. 낙태가 합법이 된다면 태아의 생명이 존중되지 않을 것이고,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 같다. 그렇기에 낙태죄 폐지에 대해 별로 좋은 입장은 아니다. 태아의 생명을 존중해 줄 수 있도록 그리고 낙태가 당연한 것으로 어겨지지 않도록 대책 법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