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제 8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시간을 '통일'했다. 이후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9월 남북정상회담까지 좋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작년과 달리 올해는 한반도의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2015년 8월 7일,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 599호’, 이른바 ‘평양시간’이 제정했다. 평양시간(UTC+08:30)은 한반도 정중앙을 지나는 동경 127.5도 자오선에 맞추어 지정된 시각대로 한국과 일본이 쓰는 동경 135도 시간대(UTC+09:00)보다 30분 늦다. 조선중앙통신은 “일제의 100년 죄악을 결산하고 우리나라에서 일제식민지 통치의 잔재를 흔적도 없이 청산하며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의 존함으로 빛나는 백두산 대국의 존엄과 위용을 영원토록 떨쳐나가려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더불어 남한과의 차별성을 두면서 한국사의 정통을 잇는 국가로 선전하며 정권의 자주성, 정통성, 주체사상을 강조하고자 했다.
“북과 남의 시간을 통일시키기 위하여”
그리고 2018년 4월 30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평양시간'을 남한과 맞춘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실제 결정은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제안으로 시작됐고 5월 4일, 한반도의 어긋났던 시간이 제자리를 찾았다.
평양시간 관련 합의가 이루어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는 판문점 선언이 이루어졌다. 해당 선언을 대한민국에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라고, 북한에서는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라고 표기했다. 그만큼 평화 체제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추가적으로 연내 종전선언 및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회담 추진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보장 약속과 ‘단호하고 확고하게’ 한반도 내 완전한 비핵화 약속이 이루어졌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완전한 평화 구축을 북미 정상이 공식적으로 합의했다. 추가적으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은 앞선 ‘판문점 선언’을 구체적으로 실행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또한 미국과 북한의 전쟁포로 및 전시행방불명자에 대한 유해발굴 및 신원 기확인자에 대한 즉각적 유해송환이 합의됐다.
9월 18일~20일 3일간 평양직할시에서 이루어진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릉라도5월1일 경기장에서 북한 주민 상대로 연설을 했으며 이번 회담은 ‘평화, 새로운 미래’라는 표어를 세웠다. 서해 북방한계선 포기, 휴전선 비행금지구역 확대 등의 논란이 발생했지만 비핵화 분야, 군사 분야, 경제 분야, 이산가족 분야, 문화체육 분야 등에서 성과를 올렸다.
2018년 8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하는 서한이 전달되었다. 그리고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를 수락했다.
2019년 2월 27일~28일, 이틀 간 베트남 하노이 매트로 폴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이루어졌다.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정상회담이 짧게 끝났으며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회담 결렬에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었다. 북한은 일부 제재 해제 및 영변의 주요 원자력 시설을 ‘영구적으로 그리고 완전하게’ 해체할 것을 제안했다. 모든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끝내는 것에 대해서는 미국의 추가적 보상을 요구했고,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조건이 변경되지 않음을 확인했다. 미국 측은 이후 북한이 경제 제재 조치 중단을 요구했기 때문에 정상 회담이 중단되었다고 발표했다.
2019년 3월 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차관)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중단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4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북러정상회담이 열리면서 한반도 내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각기에 들어서고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세계적으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클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현 정부가 장밋빛 환상만을 이야기했다”, “거짓기대를 높이고 거짓된 협상을 진전시키는 역할을 했다” 등의 날카로운 논평이 나왔다. “제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완전한 비핵화로 가기 위한 ‘생산적 진통’이라 믿는다”는 등 감싸면서도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반응이다.
심지어 영국의 <더 가디언>은 “이 상황에서 가장 큰 패배자는 문재인”이라고 말하며 “문재인은 이제 더는 북한과의 관계를 진전시킬 수 없을 것이며, 현재로선 남북 경제 협력도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청와대 역시 이러한 회담 결과를 예상치 못하고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회담 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은 약 25분 동안 전화 통화를 하며 한미정상회담 이야기까지 나왔다.
유영철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 연구센터장은 2018년 작성한 <최근 남북한 관계 현황 및 분석>에서 “핵문제 해결은 쉬운 문제가 아니”라며 “협상이 잘 진행될 때도 있고, 또 난관에 부딪칠 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국 모두가 유연한 태도로 평화를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를 모아가야 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하여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발표했던 판문점 선언이 1년 지난 현재 상황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로 북미 간 분위기는 크게 얼어붙었고 북한은 러시아로 눈길을 돌리면서 수개월 전 분위기와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이야말로 대한민국 정부가 중재자로서의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온 지난 역사처럼 이번 고비도 잘 넘길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