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펜을 놓지 않는 이유
우리가 펜을 놓지 않는 이유
  • 권해준
  • 승인 2023.11.13 2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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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학기에 <순천향대 신문>에 들어와 올해가 돼서야 수습기자 딱지를 뗐다. 

학보사에 입사하고 첫 기사가 발행됐을 때 감정을 잊지 못한다.

본인 이름 석 자로 끝맺음 돼 있는 글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물론 조회수는 형편없었지만.

 

 

◇ 첫 기사의 뿌듯함과 달리 교내 기자는 성취감보다 실의를 더 많이 느끼는 활동이다.
과도한 간섭과 압박으로부터 느끼는 부당함,

기자의 사명감이 무색할 정도로 무관심한 현실에 대한 회의감,

일부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려 드는 이들을 향한 무력감.

 

 

◇ 한 번은 몇몇 학생들의 불합리한 상황에 대한 취재를 시도한 적이 있다.

이상적인 구조라면 정확한 기사 보도 안에서 토론장이 열려야 했다.

하지만 커뮤니티에 도배되는 건 무수한 추측성 글뿐이었다.

근거 없는 텍스트 속에서 토론장, 아니 어쩌면 ‘투기장’이 열렸다.

아무나 들어와서 아무나 공격했고 많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생겼다.

공식적인 언론 제보는 1건뿐이었고 그마저도 항의와 탄압 때문에 보도하지 못했다.

 

 

가장 진실에 가까운 정보를 제공하는 공식 기관임에도

그 영향력은 대학 커뮤니티보다 작은 것이 현실이다.

거창한 걸 바란 것은 아니지만 한없이 초라해지는 자신을 발견하며 '좌절'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을 대하는 가치가 '상실'된 적은 없다.

어떤 일에도 늘 성의 있게 취재하며 진실한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한 명의 독자라도 남아 있다면 기자는 펜을 놓아선 안 된다.

그리고 그 펜은 약자(학생)의 편에 서야 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당연한 신념을 지켰다.

 

 

◇ 일반적인 언론과 달리 대학 언론은 자본에 흔들리지 않는다.

즉, 학보사가 존재하는 이유는 학생들의 알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다.

학보사를 먹여 살리는 건 오직 학생들의 관심뿐이다.

씁쓸한 현실과 상관없이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진실을 보도할 테지만,

관심이 줄어들수록 대학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이 약해지는 것도 당연하다.

언론과 독자가 쌓는 유대감은 곧 ’올바른‘ 언론의 지름길이다.

우리는 공존과 평화, 화해와 소통의 다리에서 소외된 약자를 보호하고 관리할 것이다.

그대들 대신 목소리를 내주는 것이 <순천향대신문>의 가장 큰 힘이자 보람이다.

 

 

이 글을 보는 그대가 우리의 노력을 알아주길 바라며.

대학 언론의 위기가 기회로 바뀌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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