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만든 빵, 불붙은 불매운동
피로 만든 빵, 불붙은 불매운동
  • 박미나
  • 승인 2022.10.30 2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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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토), 제빵업계 1위 SPC 계열의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직원이 작업 도중 사고를 당해 숨졌다. 사고를 당한 A씨는 샌드위치 소스 배합작업을 위해 교반기(액체 등을 휘저어 섞기 위한 기계)를 작동하다 기계의 회전날에 말려 들어가 변을 당했다.

사건 발생 이틀만인 17일(월), 허영인 SPC 회장은 공식적으로 사과했으며 고용노동부는 18일(화) SPL 강모 대표이사를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 수사를 진행 중이다. 허 회장은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그룹 전반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재점검하고 안전경영을 대폭 강화하도록 하겠다"며 사과했지만 사고 발생 8일 만에 SPC 계열사 샤니에서 40대 직원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해당 사고들에 대한 SPC 측의 대응 또한 논란이 됐다. 사망한 A씨의 장례식장에 답례품이라며 SPC 계열사인 파리바게뜨 팥빵과 크림빵 등을 몰래 놓고 간 것이다. A씨의 어머니는 MBC와의 인터뷰를 통해 "겨를이 없어서 몰랐고 어떻게 사망자가 나온 곳에서 만든 빵을 장례식장에 갖다 놓나. 그게 말이 되냐"며 울분을 토했다. 처음 빵 박스를 발견한 A씨의 당숙 유 모 씨는 "우리 애가 빵을 만들다가 죽었는데 그 회사 제품을 답례로 주라는 것이 말이 되냐"며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SPL 평택 공장 사망자 A씨의 장례식장 주방에 놓인 파리바게뜨 빵 박스(출처: A씨의 당숙 유 모 씨)
SPL 평택 공장 사망자 A씨의 장례식장 주방에 놓인 파리바게뜨 빵 박스(출처: A씨의 당숙 유 모 씨)

사고 직후 A씨를 기계에서 꺼낸 것은 현장에서 함께 일하고 있던 노동자들이었다. 당시 근무 중이던 40명가량의 노동자 중 다수가 트라우마를 호소했지만 대부분 다음 날 바로 현장에 투입됐다. 사고 다음 날 설비가 재가동 된 것이다. 바닥에는 혈흔이 남아있었고 흰 천으로만 가려진 사고 현장 옆에서 빵이 만들어졌다.

계속되는 사고와 사측의 비상식적인 대처에 시민들은 분노했다. SPC 불매 운동은 올 초 SPC가 경기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고 노동자들이 단식투쟁에 들어가며 시작됐다. SPC 그룹 대표 브랜드를 정리한 이미지가 SNS를 통해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있고 한 네티즌은 상품의 바코드를 인식하면 SPC 제품인지 구별해주는 프로그램도 개발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소름 끼친다", "입에 대기도 싫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인명을 경시하고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비롯해 기본적인 권리를 짓밟는 SPC 그룹의 제품을 더 이상 소비할 수 없다"고 말했다.

SPC 제품을 구별해주는 프로그램 깜:빵집의 시작화면(출처: 박미나 기자)
SPC 제품을 구별해주는 프로그램 깜:빵집의 시작화면(출처: 박미나 기자)

SPC의 대표 브랜드인 파리바게뜨 점주협의회에 따르면 평택 사망사고 이후 일주일간 전국 가맹점의 매출은 평균 16% 감소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장기전'이라며 남양 유업 불매 사례를 언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소비자들은 제빵업계 최대 대목으로 꼽히는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초를 겨냥해 불매운동을 이어 나갈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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